한국일보

‘나폴레옹’ 이라는 스타로 뜨다

2009-05-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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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베르뗑 (Chambertin)

▲생산지- 프랑스/ 부르고뉴/ 꼬뜨 드 뉘/ 쥬브레 샹베르뗑/ 샹베르뗑
▲등급- 부르고뉴 그랑크뤼 등급
▲포도 품종- 피노 누아
▲와인 타입- 레드/ 드라이/ 풀 바디
▲특징- 석류빛 적색에 오크향과 과일향, 산딸기향이 나며 맛은 잘 익은 과일과 탄닌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친다.


나폴레옹 황제가 즐겨 마신
‘부르고뉴의 왕’ 특등급 와인



광고에 어떤 스타를 쓸 것인가는 그 상품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스타가 사용하는 것이 바로 그 상품이라는 전략으로 구매자들을 끌어들인다. 와인업계에서도 이런 일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그 스타가 나폴레옹이라면? 흔히 나폴레옹의 와인이라 불리는 샹베르뗑은 지금도 “나폴레옹 와인주세요”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스타 마케팅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코르시카의 아작시오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프랑스의 총사령관을 거쳐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와인 종주국의 황제답게 와인과 많은 인연을 갖고 있다. 나폴레옹은 그의 생애에 걸쳐 무려 50여회의 전쟁을 치렀는데, 당시 군대의 이동에는 언제나 술통이 뒤따랐고, 나폴레옹 스스로도 오직 단 한 가지 와인을 즐겨 마셨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나폴레옹의 와인이라 불리는 부르고뉴산 샹베르뗑 와인이다.

본래 그다지 술을 즐기지는 않았던 나폴레옹도 샹베르뗑 와인에 대한 애정만은 특별해서 러시아 원정 길에도 이 와인 상자를 챙겨갔을 정도였다. 그가 잠시나마 머물던 러시아 크레믈린 궁에서도 이 샹베르뗑을 마셨다고 하는데, 나폴레옹의 이 러시아 원정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러시아 원정이 참패한 후 나폴레옹의 와인상자는 당시 러시아 군인들이었던 코사크인들에 의해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폴레옹이 추방된 후 엄청난 양의 와인이 이른바 ‘러시아에서 돌아온 황제의 와인’이란 이름으로 팔렸다고 한다. 가격 또한 엄청났다고 하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명성을 이용한 장사꾼들은 어디에나 있었던 모양이다.

샹베르뗑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꼬뜨 드 뉘 지역의 쥬브레 샹베르뗑 마을에서 생산되는 특등급 와인이다. 흔히 이곳 와인은 부르고뉴 지방에서도 으뜸가는 것으로 유명해 일명 ‘부르고뉴의 왕’이라고 불려진다. 사람이 유명해지다 보면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는지 모르겠지만, 와인 호사가들은 나폴레옹의 전쟁 실패와 죽음까지도 이 와인과 연관시킬 정도이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는 이 와인을 마술적이고 품위 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이유가 그 전날 그가 샹베르뗑 와인을 마실 수 없었기 때문이며, 그가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되어 죽음을 재촉하게 된 것도 평소 마시던 샹베르뗑 대신, 보르도가 가까워 보르도 와인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까지 주장했던 것이다. 파커의 말대로라면 나폴레옹도 이 와인 한 병에 실패와 죽음을 겪었다는 말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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