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00년 전통… 국보급 와인 칭송

2009-05-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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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 드 부죠(Clos de vougeot)

▲생산지- 프랑스/ 부르고뉴/ 꼬뜨 드 뉘/ 부죠/ 끌도 드 부죠 포도밭
▲등급- 부르고뉴 그랑크뤼 등급
▲포도 품종- 피노 누아, 피노 그리 피노 리보
▲와인 타입- 레드/ 드라이/ 풀 바디
▲특징- 진하고 맛있는 블랙 체리 향과 흙 내음, 적절한 탄닌이 견고하면서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우아한 와인.


포도원 한 곳에 소유주 80명
매년 80여 종류의 와인 생산



우리 주변에는 몇 백 년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 받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명품들은 어느 한 순간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수백 년의 세월과 그 세월 뒤에서 침묵으로 노력해온 장인들이 있다. 이러한 세월과 노력 끝에 등장한 명품은 예술적인 가치, 심지어는 종교적인 숭고함까지 풍기게 된다. 그것을 가격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누가 될 정도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황금의 언덕. 꼬뜨 도르란 작은 지역 부죠 마을에서 나오는 무려 800년 전통의 끌로 드 부죠가 바로 이 장인 정신으로 국보급 와인이 된 사례이다.

끌로 드 부죠의 부죠는 이 곳 마을 이름이고 끌로는 담이라는 뜻으로, 다시 해석하면 ‘부죠 마을의 돌담으로 두른 포도밭’이란 뜻이다. 또한 아주 먼 옛날 수도사들의 포도밭을 말하기도 한다. 800년 전 시또과 수도사들은 이곳으로 들어와 돌담을 두르고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그들은 수도원 주변의 버려진 땅을 개간해 포도밭을 일구었는데, 이는 미사 때 사용할 미사주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신에게 보다 좋은 와인을 바치고자 하는 그 긴 세월에 걸친 노력을 생각해 본다면, 왜 끌로 드 부죠가 부르고뉴 특등급 포도밭인지가 이해될 것이다. 포도밭 가운데 한 척의 배처럼 우뚝 서 있는 중세적 건물의 끌로 드 부죠 수도원.

이곳에서 수도사들은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양조해오며 보다 좋은 맛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했다. 이 비법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끌로 드 부죠 와인 한 병을 가졌다는 걸, 마치 국보급 문화재를 소유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런 열렬한 사랑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곳의 포도밭이 부르고뉴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모자이크 포도밭이라는 것이다. 모자이크 포도밭이란 하나의 포도원을 여러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사례를 두고 하는 말로, 포도밭이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나눠지게 된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귀족이나 왕족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은 모두 쫓겨나 외국으로 망명을 가게 된다. 당연히 이들이 남기고 간 재산은 국가에 몰수당했고 재산중의 포도원들은 모두 경매를 통해 팔려나갔다. 당시 여섯 명의 네고시앙들이 나눠 산 끌로 드 부죠는 이후 상속과 분배가 거듭되면서 지금은 80여 명의 소유자가 50헥타르의 소규모 포도밭을 고루 나눠 가지게 된 것이다.

80여 명의 소유자들 대부분은 유서 깊은 네고시앙회사나 맛 좋기로 소문난 도맨의 양조자들로, 이들에 의해 매년 80여 종류의 다른 레이블로 끌로 드 부죠의 와인들이 생산된다. 놀라운 것은 모두가 맛과 개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토지에서 같은 품종을 사용했지만 양조자의 개성에 따라 각기 맛이 다른 끌로 드 부죠의 와인들. 1년이면 80여 종류가 2,000병 가량 한정 생산되는 끌로 드 부죠 와인은 정말 작은 와인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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