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교육칼럼/ 인터넷 중독에 빠진 아이들

2009-05-18 (월)
크게 작게
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최근 들어 자녀의 인터넷 중독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급증세를 타고 있다. 일주일에 몇 통화씩은 꼭 자녀가 학교를 안 간다든지 아무것도 안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는 부모님들의 전화를 받는다. 하나같이 인터넷에 너무 빠져있다는 하소연이다. 인터넷 모뎀을 반납하고 선을 끊어버리기까지 했는데 여전히 인터넷을 다시 신청해주지 않을 때까지는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부모에게 화를 퍼붓는다. 학교과제 때문에 꼭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득하기도 한다. 방에 들어가 보면 컴퓨터 화면에 여러 개의 윈도우 화면이 띄워져있다. 좋아하던 스포츠단 활동도 접은 지 오래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근처식당에 가서 맛있는 갈비를 먹자는 말에도 시큰둥하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인터넷 네트워크 게임에 빠져있다. 인터넷을 한 번 시작하면 끝낼 줄을 모른다.

이 아이들은 대표적인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중독은 술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과 같이 내성을 보인다. 처음에 한 시간으로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사용시간이 늘어난다. 한 시간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다. 점점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처음에 느꼈던 수준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아이의 인터넷 중독을 걱정한 나머지 부모가 사용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금단증상을 보인다. 불안해하고 극도의 분노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짜증을 내며 심한 경우에는 부모에게 반항하고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중독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한다. 수면, 식사, 학교성적, 출석, 대인관계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된다.


인터넷 중독은 친구와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이들은 십 대에 접어들면서 부모보다는 또래친구들의 사고와 행동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친구들을 통해서 인터넷게임, 채팅,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 같은 네트워크 사이트를 접하게 된다. 인터넷 중독에는 부모자녀관계도 큰 영향을 끼친다. 부모가 무관심하거나 너무 바빠서 자녀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통제적이고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인터넷 중독에 쉽게 빠진다.

자녀들이 소심하거나 밖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인터넷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평소에는 학교나 교회에서 친구들과 말 한마디 나누지 않던 아이가 인터넷 상에서는 많은 친구들을 거느리는 아이가 될 수 도 있다. 현실에서 누리지 못하는 심리적 만족감을 가상의 공간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인터넷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점점 발달해가는 인터넷 사용 환경과 삼차원의 화려한 인터넷 게임 및 사이트는 강렬한 자극과 중독성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이 인터넷 중독에 빠져있다면 하루 빨리 도움을 주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중독 예방과 치료에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더 늦기 전에 자녀가 어린 연령에 있을 때부터 적절한 인터넷 사용을 훈련해 주어야 한다. 사실, 인터넷은 중립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해가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인내와 절제심을 갖도록 양육해야 한다. 무한정 관용적이거나 유연성없이 지나치게 통제적인 것도 자칫 잘못하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환경과 정보발달에 부모가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들이 인터넷과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사용능력을 갖고 있어야만 자녀와 함께 소통하고 올바른 사용을 지도할 수 있다. 만약에 아이들이 심한 인터넷 중독증상을 보이고 있다면 적절한 상담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부모자녀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하다.

간혹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보인다면 전문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관계이다. 자녀와 함께 놀고,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도 즐거움과 기쁨과 자기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대안적인 활동거리들을 많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 발달한 인터넷 환경과 척박한 양육환경은 아이들의 인터넷 문제를 점점 더 부추기고 있다. 인터넷 중독은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인터넷 중독의 수렁에 빠져들지 않도록 올바른 지식과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사랑과 관심으로 돌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는 부모님의 역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