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도함으로 승부하는 특급 포도밭

2009-05-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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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꽁띠(Romanee-Conti)

▲생산지- 프랑스/ 부르고뉴/ 꼬뜨 드 뉘/ 본 로마네/ 로마네 꽁띠 포도밭
▲등급- 부르고뉴 그랑크뤼 등급
▲포도 품종- 피노 누아 95% 이상, 피노 그리, 피노 리보
▲와인 타입- 레드/ 드라이/ 풀 바디
▲특징- 색상은 진한 루비빛으로 충만하고 참나무, 담배, 구운 고기, 딸기, 해초향을 갖고 있다.


축구장 크기 떼루아 보유
연간 6,000병 소량 생산



뻬뜨뤼스가 보르도를 대표하는 가장 비싼 와인이라면, 로마네 꽁띠는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가장 비싼 와인이다. 이 와인 역시 생산량은 연간 6,000병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뻬뜨뤼스보다 훨씬 적은데, 이렇게 적은 양만 생산되다보니 사실상 로마네 꽁띠는 수세기 동안 몇몇의 선택된 사람들마저도 매우 드물게 즐겨온 와인이 되었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이유 때문에 완벽히 접해보지 않은 그 누구도 이 와인을 알기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걸 마셔본 사람들의 찬사가 그 맛을 어렴풋이 유추하게 해줄 뿐이다.

로마네 꽁띠는 ‘황금의 언덕’이라 불리는 꼬뜨 도르지역 본 로마네 마을에 위치한 특급 포도밭 이름이다. 본래는 쌩 비방 수도원의 소유자였으나 17세기 들어 수도원이 폐지된 후 우여곡절을 겪다 1706년 루이 15세의 종형인 꽁띠공과 애첩 마담 퐁파두르의 경합끝에 꽁띠공이 인수해 지금의 로마네 꽁띠란 이름이 생겼다.

로마네 꽁띠는 부르고뉴산 와인이 그렇듯이 거의 90%이상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들어지는데, 재미있는 것이 이 품종이 가진 특징이다. 척박한 토질에서 이 포도나무는 생존하기 위해 더 깊이 뿌리를 내리는 특성이 있는데, 그 뿌리가 깊을수록 지층이 가진 갖가지 성분들과 향을 빨아들이게 된다. 따라서 같은 동네에 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바로 몇 미터 옆으로만 가면 와인 맛이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부르고뉴 레드 와인의 맛은 포도 품종의 맛이라기보다는 땅의 맛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땅(떼루아)에 대한 애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혹여 이곳의 흙이 비나 바람에 언덕 아래쪽으로 쓸려 내려오기라도 하면, 그 흙을 모아 포도원의 위쪽에 다시 갖다 놓을 정도이다. 이는 한 줌의 흙도 버릴 수 없을 만큼 귀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그들의 도도하면서도 까다로운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정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로마네 꽁띠는 마을 이름이 아니라 부르고뉴의 와인 등급 중 가장 최고의 포도밭을 가장 높은 등급으로 표시하는 그랑크뤼 포도밭의 이름이다. 축구장 크기의 이 포도밭에서 나는 로마네 꽁띠의 병목 레이블을 보면 모노폴(monopole)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데, 이것은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로마네 꽁띠가 생산되는 밭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노폴은 또한 독과점을 말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상품인데다가 적게 생산되고, 또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폭발적인 로마네 꽁띠에 있어서는 당연한 결과이다.

따라서 수입상이나 소매상은 로마네 꽁띠 한 병을 사기 위해 이 와인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만드는 다른 와인을 원치 않더라도 사야만 한다. 다섯 종류에 병수로는 11병을 더 사야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소비자는 단 한 병씩 구입할 수 있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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