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참 농구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는 신해수(12·롱아일랜드 로즐린 중학교 7학년)양. 테니스, 스노보딩, 스키 등 운동이라면 워낙 모두 좋아하긴 했지만 특히 팀웍이 요구되는 농구가 가장 재미있고 농구 덕분에 자신감과 적극성을 기를 수 있었다는 예찬론이 이어졌다.
매주 2~3회씩, 한번에 2~3시간은 땀에 흠뻑 젖을 만큼 농구 코트를 뛰어야 직성이 풀린단다. 내친김에 방학동안 실력을 길러 내년에는 학교 농구팀 선수 선발전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 나이 또래 평범한 여학생들과는 달리 대중가요나 연예인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컴퓨터 게임이나 텔레비전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예쁜 옷을 구경하며 샤핑 다니는 일도 물론 관심 밖이다. 그저 한 손에는 농구공을, 다른 한 손에는 책 한 권만 들고 있으면 만사 오케이란다.
한살 아래 남동생과는 서로 먼저 책을 보겠다며 뺏고 싸우는(?)일이 다반사일 만큼 집에서는 책 읽는 시간이 많다. 특히 주말이면 책을 읽느라 밤을 꼬박 지새우는 일이 잦아 ‘제발 잠 좀 자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부모의 잔소리라면 잔소리. 평소 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친한 친구들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밖에서 놀자고 아무리 연락이 와도 끄떡 않고 자기 할 일에 몰두한다. 자신이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끝마친 뒤에야 비로소 친구들과도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다는 나름의 생활신조 때문이다.
어지간한 어른 못지않은 자기관리와 절제력을 지닌 덕분에 ‘공부해라’ ‘숙제해라’ 등의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1학년에 갓 입학해 학교생활이 다소 어설프던 어느 날 아침 등교준비를 하다가 숙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책상에 꼼짝 않고 앉아 숙제를 끝마치기 전까지 절대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버텨 끝내 숙제를 끝마친 뒤에야 등교했던 일화를 듣고 있노라면 아무래도 천성인 듯싶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학교 성적은 늘 우등을 놓치지 않았고 올 1월 학년별로 한 명씩 뽑는 ‘이달의 학생’에 선발된 것을 비롯, 초등학교부터 줄 곳 매년 같은 타이틀을 놓쳐본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교사 추천으로 ‘피플 투 피플’에 뽑혀 전국에서 모여든 100여명의 우수학생들과 더불어 워싱턴 DC 1주 견학 기회도 가졌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고집도 지녔다. 미국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고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친구들에게는 다소 낯선 한국이름이 오히려 자신을 기억하게 하기 쉽고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5세 때 미국에 온 1.5세지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늘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이긴 하다.
미국에 온 뒤 아직 한 번도 다시 찾지 못하고 있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용인 집 앞 마당에서 기르던 오리, 병아리, 닭, 토끼 등과 놀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도 한국을 잊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햄버거나 피자보다는 토종 한국음식을 즐기고, 소다 음료 대신 식혜나 수정과 등 한국 음료를 찾는 것으로 그리움을 다소 달랠 정도다.
어릴 때 함께 살던 조부모와 길렀던 온갖 동물들 덕분에 키우게 된 장래 꿈은 바로 수의사. 힘없고 불쌍한 동물을 돌보고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 올 여름방학에는 동물 셸터 봉사활동도 해볼 참이다. 지금은 거북이 두 마리만 키우지만 조만간 부모 허락을 얻어 강아지를 키울 셈이다.
평소 그림 그리기도 무척 즐기지만 부모의 권유로 4년 전 시작한 피아노나 최근 새로 시작한 바이얼린은 마지못해 하는 것일 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신양은 신정모·유영숙씨 부부의 1남1녀 중 첫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