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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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을 넘어선 4.29의 교훈

2009-04-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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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월29일은 1992년 사태가 17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LA시 주민 대부분에게 이날의 의미는 이미 희미해 졌을지 모르지만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커뮤니티들은 아직 이것을 기억하고 있다.

LA시 남부 흑인 및 라티노 주민들이 활동하는 단체인 ‘커뮤니티 코얼리션’은 최근 39가와 웨스턴 근방의 범죄와 폭력 예방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의 이 활동은 한인이 소유한 센추리 리커의 이해관계와 마찰을 일으켰다.


이 잇슈는 이미 한글및 영어 언론을 통해 소개 된 바 있다. 1992년 사태처럼 이 잇슈는 마치 한·흑 갈등으로 왜곡되어 이해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나는 18년간 인종과 민족을 넘어 활동해온 단체의 대표로서 이 오해를 풀고자 한다.

지난 2008년 LA시는 센추리 리커가 일반 공공에 피해(public nuisance)를 입힌다고 밝혔다. 3월에 업소 주인은 영업시간 연장 허가를 요청했다. 업주의 입장에서 이것은 순수하게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경제적인 이해 관계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범죄율이 LA시의 두 배나 되는 이 지역사회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사항이다.

우리가 센추리 리커의 주류 라이선스를 반대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인이 업주라는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1992년 4.29사태를 발생하게 만든 근본 문제인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오늘날에도 버젓이 현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소들의 의도가 범죄와 폭력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수많은 연구 결과는 범죄와 주류 판매 연관성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그 책임은 업주들만의 것은 아니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학부모와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교육해야 한다. 업주들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지역 사회의 안전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가치 또한 고려하며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지역 내에서 문제점으로 파악된 술집 및 모텔들은 한인들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업주들은 흑인, 라티노, 한인, 일본계 및 인도계들을 포함한다. 업주의 인종 또는 민족은 전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업주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가치 속에서 영업을 하는 가이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조성할 가장 큰 책임은 시청에 있다. 시청은 토지 사용 허가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시 전체에 걸쳐서 공평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시청은 다른 부유지역 내의 리커, 술집 등의 유흥업소 건립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센추리 리커가 위치한 지역처럼 공원과 도서관 그리고 학교가 두 개나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는 리커 허가를 제한한다.

한인 사회의 인사들은 커뮤니티의 생활 질을 높이기 위해, 또 한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마찬가지로 흑인 커뮤니티 인사들은 커뮤니티 코얼리션의 설립자 카렌 베스 씨와 함께 시 정부가 4.29사태로 피해을 입은 리커 업주들에게 배상, 또는 비교적 리커 가게가 적은 지역으로 업소를 이전 하려는 업주들에게는 타 지역 이주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 했다.

당시 한인 및 흑인 사회는 4.29 사태가 마치 인종 갈등의 결과로만 일어난 것처럼 이야기 하도록 안팎으로 압력을 받고 있었다. 그러한 분란의 와중에서 일관된 연대의 목소리를 낸 것은 용기 있는 행동 이었다.

우리가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4.29의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결국 흑인 커뮤니티에서 추구하는 것은 한인, 라티노, 백인들이 각자의 커뮤니티에서 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위하는 것은 안전한 공원과 안전한 길거리, 양질의 학교와 후대를 위한 더 나은 미래이다.

이러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전념 할 때 우리는 1992년의 아픈 기억만을 간직하기 보다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마르퀴스 해리스 도슨/ 커뮤니티 코얼리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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