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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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 좋은 아들과 나쁜 아들

2009-04-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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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에 가장 큰 목표가 무엇일까? 돈 많이 버는 것, 명예를 쌓는 것, 두 가지를 다 이루든지, 아니면 한 가지라도 이루었다면 물론 이 점도 큰 목표이며 성공이다. 그러나 자녀교육 때문에 바다 건너 미국으로 이민 온 분들이 적지 않게 많은 요즘,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 부모들이 교육에 얼마나 집중해 있으면 사전에도 없는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의 나라이니 아마 ‘기러기 아빠’는 지구촌 어디에도 없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이 말은 바로 한국의 교육열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는 문자일 것이다.

자녀 교육시키기 위해 미국까지 왔으니 학교의 교육열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가정교육, 가문교육, 인성교육도 중요하다. 바쁜 이민생활에 무슨 가문교육이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가문이라는 단어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뿌리교육이라고 본다. 필자는 기초가 중요해야 건물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 기초란 바로 가문교육(가정교육)이라고 본다. 우리 이민자들에게 좀 생소하게 들려지는 말이 될 수도 있지만 가문교육의 중요성을 짚어 보고자 한다.


당연히 자녀들은 부모님을 따라야 하고, 부모들은 아이들 앞에서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일을 중요시 해야 한다. 요즘 한국 인기 드라마 중 ‘가문의 영광’이란 드라마도 있듯이 문중마다 자랑스러운 내력이 있을 것이다. 그 영광의 내력들을 자손대대 가정교육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반면, 자녀가 정상으로 자라지 않고 자그마한 사고라도 치면 또 그 집안의 수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라면서 아이들의 사고들은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고 이를 장점으로 승화시켜 큰 재목으로 길러내는 훌륭한 가문이 얼마든지 있다. 어려서 일찍이 겪는 산전수전은 성장해서 더 큰 역경을 이겨 나갈 힘이 된다는 위인전기도 많지만, 나는 먼 곳에서 보다는 우리 집 내력에서 재미있는 두 일화를 찾는다.

필자는 영양 남씨 문중의 28대 손으로 태어났으며 두 번째라면 서러운 한국의 성씨 중의 하나라고 자부하면서 자라왔다. 어려서 너무 부모님께 속을 많이 썩여드렸으니 지금 애를 먹이는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의 심정을 이해하며 경험자로서 조언을 하고자 한다. 사람마다 처해진 상황이 다르므로 필자의 경험이 반드시 정답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이 글을 씀으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지금부터 약 40~50여년 전, 가문의 전통적인 영광보다 당대의 영광이라 할 수 있는 필자의 형님과 필자의 철없는 사건이 있었다. 경상북도 두메산골에서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를 패스해 관직으로 승승장구 하는 나의 형님을 두고 ‘개천에서 용을 승천시킨 아버지’가 있었다. 그런가 하면 그 아버지는 막내 놈을 두고는 “저 놈은 밥 먹는 것도 아깝다”라고 하는 아들이 있었으니 바로 필자가 어려서부터 매일 아버지한테 들어온 말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고개 푹 숙이고 꼭꼭 밥을 챙겨 먹어야 했다. 그리고는 당시 농가의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동네 소들을 싸움시켜 눈을 빼는가 하면, 수박·참외서리로 가난했던 농작물을 초토화시킨다는 남문기사단의 말썽은 형님의 서울대 졸업 못지않은 뉴스였다. 그 뿐 아니라 그 사고뭉치는 고등학교를 3번이나 옮겨 다녀야 할 만큼 패가망신의 대표적 인물로 보여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수학이 공통수학이 있고 수학 1, 2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마음속에는 언제나 ‘가문 때문에’를 그리면서 인생의 성공을 위한 포부는 접지 않았던 것은 할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님 같은 어른들의 가문교육이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 중, 늘 용기와 희망으로 후원해 주신 어머니의 교육 태도는 오늘 나를 있게 해준 디딤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머니는 귀가 박히도록 말씀하셨다. “문기야, 명분 없는 싸움은 하지 마라.” “양반은 곁불을 쬐어서는 안 된다.” “너는 태몽이 좋아서 큰 사람이 된단다.” 어머니 말씀을 명언집으로 책을 만들어도 한 권은 족히 나올 것 같다. 건성으로 듣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필자는 늘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춘기의 철없는 행동 뒤에는 언제나 제대로 된 가문교육이 있었기 때문에 사춘기 시절을 보낸 후부터는 누구보다도 반듯한 시절을 보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형님은 중앙 공무원으로 문공부 정책기획실장으로 은퇴를 하셨고 그 철없는 막내는 오늘의 뉴스타 성을 이루어가고 있다. 잘 났다 못 났다를 평하자는 것이 아니고 크는 아이들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속을 썩이든 아들이 저렇게 변했구나 하는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너무 실망할 것이 없다. “내 아들은 반드시 잘 될 거야” 하는 확실한 믿음이 있으면 그렇게 되어 진다고 말하고 싶다.

역사가 그렇듯이 요지는 지금도 부모가 자녀에게 가문의 명예를 더 높여 자존심을 심어준다면 자녀가 잠시 탈선 할지라도 돌아올 수 있는 강력한 끈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은 행동과 무관하게 마음은 땔 수 없는 천륜적 본능이다. 사회생활에서는 단체나 당을 만들어 관계를 맺어 보지만 수없는 배신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핏줄은 돌아서도 마음이 가고 끌리는 유전자적 혈통이다.

그래서 자식이 아무리 미워도 막말을 해서는 안 되며 미움 받는 자식에게 부모를 공경할 만한 가슴의 여유를 주어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봤을 때 자녀의 불효는 투정에 불과하다. 이 점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내 아들은 반드시 크게 될 것이다”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우리는 예의지국의 후손이며, 서양 사람들과 사뭇 다른 명예요, 가문이다. 누구나 거슬러 올라보면 명문가가 아닌 집안은 없다.

자녀들의 그릇된 일을 호떡집에 불 난듯 하지도 말고 방종하는 것은 또 다른 2세에게 가문을 더럽히는 것이고, 희망을 뺏는 일이기에 부모의 행동이 중요하고 정의와 예법 속의 희망을 가르치는 것이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라고 본다.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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