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비싼 가격이 품질을 보장”

2009-04-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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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뜨뤼스 (Petrus)

▲생산지- 프랑스/ 보르도/ 뽀므롤
▲등급- 뽀므롤에는 공식적인 등급이 없지만 이미 가격만으로 최고 등급임을 나타낸다.
▲포도 품종- 멜로 95% 이상
▲와인 타입- 레드/ 드라이/ 풀 바디
▲특징- 초컬릿과 트러플 버섯의 향이 조화를 이루며 풍부하고 파워풀하며 농축된 맛으로 여운이 길다.


연 3~4만병 생산 배당판매
1945년산 2,000만원 웃돌아



이른바 최고만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그 최고에 상응하는 가격이 붙어야 물건이 팔린다고 한다. 이러한 고가정책, 이른바 귀족 마케팅은 어디에나 존재하는데 와인도 예외는 아니다. 와인에서 그 성공적인 예를 들라면 당연히 뻬뜨뤼스를 거론해야 할 것이다.

2001년 6월 영국에서는 하룻밤 술값으로 약 8,000만원을 쓰고 회사 경비로 처리하려던 증권사 간부 4명이 해고되었다는 외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마신 와인의 숫자는 고작 대여섯 병에 지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와인이기에 이런 천문학적인 가격이 나왔던 것일까. 그들이 마신 와인은 바로 보르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인 뻬뜨뤼스 2병과 로마네 꽁띠 그리고 세계적인 스위트 와인인 샤또 디껨 1병이었다. 그 중 가장 비싼 와인은 1945년산 뻬뜨뤼스(사진)였는데 한 병에 2,0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와인 애호가로 사건(?)은 그 중 한 명이 시험 삼아 그 레스토랑에 세계적으로 희귀한 45년산 뻬뜨뤼스가 있느냐고 물어본 데서 비롯됐다. 뜻밖에 대답은 예스. 그들은 큰 수익을 올린 기념으로 최후의 만찬을 가졌던 것이다.

교황 뻬뜨뤼스 1세를 레이블로 사용하고 있는 뻬뜨뤼스는 실로 가장 비싼 와인이자 가장 진귀한 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3만평 정도의 작은 면적에 연간 생산량은 3~4만병 정도밖에 안 되며, 판매 또한 배당제로 진행된다. 샤또 뻬뜨뤼스는 95% 이상의 멜로(Merlot) 단일 품종으로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뽀므롤(Pomorol) 지역의 특징으로 다른 보르도 지역의 와인보다 색상도 깊고 맛도 부드럽다.

그러나 뻬뜨뤼스의 명성이 단지 소량생산을 통한 귀족 마케팅과 천혜의 자연 조건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뻬뜨뤼스에 쏟는 정성은 실로 놀라울 정도. 수확기에 비가 오는 해에는 헬리콥터의 동력을 이용해 바람을 일으켜 포도를 건조시킬뿐만 아니라 쾌청한 날씨라고 해서 많은 농부를 일시에 포도밭에 투입하지 않고 점심 전에는 포도밭에 아예 내보내지도 않는다. 이는 오후가 되어 포도의 이슬이 증발하고 포도알이 건조되어 내부의 숙성도가 높아진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상태에서 수확하기 위험이다.

뻬뜨뤼스는 사실 1878년 파리만국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량이 너무 적어 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이었다. 뻬뜨뤼스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였는데, 그 정점에는 1945년 이 샤또를 사들인 호텔 경영자의 부인인 마담 루바가 있다. 1950년께서부터 뉴욕의 최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이 와인이 메인 리스트에 등장했는데, 유명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상류사회에서 사랑 받기 시작했다. 아마도 마담 루바는 사교계에서 꽤나 이름을 날렸던 모양이다. 그녀가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을 때 일이다. 런던에 머물던 루바는 최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돈이 좀 모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미리 준비해온 뻬뜨뤼스를 가져오게 해 계산을 치렀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뻬뜨뤼스에 대한 그녀의 자신감을 보여줄뿐더러 뻬뜨뤼스에 대한 높은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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