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똥은 영원히 일등이다”

2009-04-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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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무똥 로췰드 (Chateau Mouton Rothschild)

▲생산지- 보르도/ 오 메독/ 뽀이악
▲등급- 그랑크뤼 1등급
▲포도 품종- 카버네 소비뇽 85%, 카버네 프랑 10%, 멜로 5%
▲와인 타입- 레드/ 드라이/ 풀 바디
▲특징- 블랙 커런트, 민트, 풀 향기가 가득하며 입안에서 태닌이 부드럽게 느껴지며 탄탄한 골격을 느낄 수 있는 풀 바디 와인이다. 커버네 소비뇽 함량이 매우 높아 20~50년까지 숙성이 가능하다.


전통과 기술력 앞세워
캘리포니아 와인 개척



무엇보다 필립 남작이 거둔 최고의 업적은 나다니엘이 충격을 받았던 2등급이라는 수모를 다시 1등급으로 되돌려놓은 것이다. 필립 남작은 무똥이 2등급으로 정해진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엄청난 부정’이 있었다는 그의 말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당시 1855년 등급 분류의 기준이 사실상 가격이었다는 점이다. 이미 오랜 세월 이전부터 샤또 라피뜨 로췰드와 샤또 무똥 로췰드 사이에는 라이벌 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문제는 1868년 당시 로스차일드가의 대남작으로 군림하고 있던 나다니엘의 숙부이자 장인인 제임스가 보르도의 유구한 와인 역사이자, 왕실에 들어가는 와인으로 이름을 떨친 샤또 라피뜨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는 같은 나무에서 자라난 두 가지는 이렇게 해서 경쟁관계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가격 경쟁은 둘 사이를 더욱 갈라놓았는데, 무똥이 비싼 가격에 와인을 팔면, 라피뜨는 더 비싼 값에 와인을 파는 식이었다. 사실 당시 라프뜨와 거의 같은 가격에 팔린 무똥이 1등급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많은 어려움을 뚫고 118년만에 결국 1973년 당시 농림부 장관이었던 자크 시라크대통령의 승인으로 무똥은 1등급으로 승급되었다. 바늘 구멍을 뚫고 들어간 필립은 무똥의 승격을 축하함과 동시에 그 해 사망한 피카소를 기념하기 위해 레이블에 피카소의 수채화를 넣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새로운 좌우명이 기입된다. “First l am, Second l was, Mouton does not change”. (나, 무똥은 현재 일등이다. 이등이었던 시기는 지났다. 무똥은 영원히 일등이다.)

필립 남작의 놀랄만한 정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해 프랑스인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보다 전문적인 기술과 샤또 무똥 로췰드의 이름이 더해지면 더 잘 팔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필립의 생각은 1978년 나파 밸리의 로버트 몬다비를 초빙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해서 1980년 4월 파리와 샌프란시스코 언론들은 일제히 프랑스와 미국이 한 팀이 되어 새로운 와인, ‘오퍼스 원’(Opus One: 라틴어로 작품 1번이라는 뜻)을 만들어내는 이 기발한 사건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모험 정신을 가진 필립이라는 한 인물은 샤또 무똥 로췰드의 영광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와인업계가 나가야 할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그는 영화를 제작한 영화인이었고,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다. 또한 시집을 내고 영시를 번역한 문학인이기도 했다. 그의 이런 다양한 취미와 예술적 재능은 와인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와인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해냈다.

현재 회장으로 있는 그의 딸인 필리핀(Phililine de. Rochschisd)남작 부인 역시 아버지의 대를 이어 예술적 재능을 겸비한 사업자적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녀는 1981년 20세기 가장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총망라한 샤또 무똥 로췰드의 유명한 와인 레이블 시리즈의 첫 전시회를 주관했고, 1988년 아버지인 필립의 생존 때보다 매출액을 두 배 이상 증가시켰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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