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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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런 지도자를 가졌으면

2009-04-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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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최근 한 기업인이 전직 대통령에게 거액을 건넨 혐의가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다. 한국 정치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달 뉴욕 맨하탄의 안티쿼럼에서 이색적인 경매가 열려 세계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인도의 간디가 생전에 쓰던 동그란 테 안경, 밥그릇, 회중시계, 샌들 등 유품이 경매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인도 국민들은 간디의 유품이 국제시장에 팔려가는 경매를 중단하라면서 분노로 들끓었다.

“인도의 국부인 간디의 유품이 장사꾼들에게 팔려 가면 안돼요. 빨리 인도의 품으로 돌아와야 해요” 깜직한 인도의 어린 소녀가 이런 구호가 쓰인 종이를 들고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인도의 억만장자인 UB 그룹 비제이 말리아회장이 180만 달러에 간디의 유품을 몽땅 사들여 인도국민의 소원대로 인도정부에 기증하는 것으로 극적인 결말을 지었다.


간디는 영국에서 들여오는 기계로 짠 직물의 불매운동을 벌이며 저신이 손수 물레를 돌려 무명실로 옷을 짜 입었다. 전 근대적인 모습이었으나 영국의 경제수탈에 저항하는 비폭력 운동의 도덕성은 인도국민을 결집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무명천을 걸치고 살았으며 사망 후 인도의 젖줄인 갠지스 강에 한줌의 재로 뿌려졌다

나는 직장근처 식당에서 월남국수를 먹으며 베트남계 의사에게 “당신이 가장 숭배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서슴지 않고 2차대전 후 30년 동안 북베트남을 이끈 호지명이라고 말한다. 집을 가출한 십대소년처럼 떠나온 고국의 국부 호지명을 아버지와 같이 가슴 시리게 그리워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히 고인다.

호지명은 치열한 반식민지 운동으로 프랑스 지배로부터 베트남의 독립을 이끌어내고 1954년 제네바 협정으로 북위 17도선으로 남북을 갈라놓은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이룩했다. 그가 사망했을 때 그가 남긴 유품은 낡은 옷 두벌, 자전거, 지팡이, 일기장, 책뿐이었다.

나는 같은 식탁에 앉아있던 중국인 동료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중국의 영원한 총리인 주은래라고 말한다. 그는 문화대혁명으로 폐허가 된 중국을 재건하고 냉전시대의 얼음을 깨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접목하여 실용주의의 시대를 열었다. 모택동과 닉슨의 핑퐁 외교 역시 그의 탁월한 외교 작품이다.

주은래가 1976년 사망한 후 그가 평소에 입었던, 여러 군데 기우고 낡은 옷이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주은래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그의 아내 역시 남편처럼 청렴결백했다. 주은래는 사망 후 그의 유언대로 화장한 뼈 가루는 비행기로 전 국토에 뿌려졌다. 그는 거대한 대륙 중국에서 단 한 뼘의 땅도 차지하지 않았다.

우리도 이런 지도자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이런 바람이 실현될런지… 고국 돌아가는 모양을 보니 곧은 아닐 듯 싶다.

박민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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