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험가 정신으로 승부하다

2009-04-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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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무똥 로췰드
(Chateau Mouton Rothschild)

▲생산지- 보르도/ 오 메독/ 뽀이악
▲등급- 그랑크뤼 1등급
▲포도 품종- 카버네 소비뇽 85%, 카버네 프랑 10%, 멜로 5%
▲와인 타입- 레드/ 드라이/ 풀 바디
▲특징- 블랙 커런트, 민트, 풀 향기가 가득하며 입안에서 탄닌이 부드럽게 느껴지며 탄탄한 골격을 느낄 수 있는 풀 바디 와인이다. 커버네 소비뇽 함량이 매우 높아 20~50년까지 숙성이 가능하다.


업계 첫 생산·유통 일원화
피카소 ·샤갈 등 레이블 작업



석유, 다이아몬드, 금, 우라늄, 와인, 레저, 백화점, 국제금융 등 세계 곳곳에서 다국적 거대 사업을 무섭게 펼쳐 세계 경제는 물론 정치, 문화에까지 엄청난 힘을 발휘한 유대인 가족이 있다. 바로 로스차일드 가문이다.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와 그의 다섯 아들은 다섯 개의 화살이 되어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빈, 나폴리에서 막대한 부를 쌓아가며 세계를 움켜쥐었고, 마침내 2,000년의 한을 풀어 유대민족의 꿈인 이스라엘 건국의 주춧돌을 놓는다.

그러나 엄청난 돈과 지위를 갖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이라고 해도 와인 산업의 길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끝없는 자기 혁신과 도전 정신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샤또 무똥 로췰드의 성공은 불굴의 모험가 정신으로 승부해 결국 최고의 위치에 올린 한 재능 있는 벤처 기업가를 떠올리게 한다.

로스차일드 런던 지부를 설립한 네이선 로스차일드의 아들 나다니엘(Nathaniel de Rothschild)은 1850년 파리로 이주하면서 자신이 직접 생산한 와인으로 손님들을 대접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는 1853년 프랑스 보르도 중심에 있는 샤또 브란느 무똥(Chateau Brane-Mouton)을 사서 샤또 무똥 로췰드라 이름을 바꾼다. 2년 후 1855년 보르도 와인의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하는 와인의 등급이 매겨진 것이다. 이때 샤또 무똥 로췰드는 2등급을 받는 뼈아픈 상처를 얻게 된다.

1922년 필립 드 로췰드 남작이 20세의 젊은 나이로 샤또 무똥 로췰드를 맡게되면서 일대 개혁이 시작된다. 필립 남작은 1924년부터 와인 업계에서 최초로 자신이 만든 와인을 자신이 직접 병에 담아 소비자에게 내놓았다. 이것은 당시에는 혁신적인 시도였는데 이제 이 방식은 전 세계 와인 업계에서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필립은 또한 와인 레이블에 예술가적 기질을 발휘했다. 먼저 그래픽 미술가인 쟝 깔루(Jean Carlu)에게 의뢰해 양머리(무똥 Mouton은 프랑스어로 양이라는 뜻)와 다섯 화살(로스챠일드가문의 상징)을 1924년 빈티지 레이블에 부착했다. 1945년 프랑스가 독립을 맞자 필립은 그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승리의 V자가 들어간 필립 줄리앙(Philippe Jullian)의 작품을 와인 레이블에 넣는 것을 시작으로 미로, 달리, 샤갈, 피카소 등의 쟁쟁한 미술가들을 레이블 작업에 참여시켰다. 이렇게 명품의 가치를 놓인 그의 아트 레이블 아이디어는 전 세계 와인 수집가들이 매년 새로운 레이블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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