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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나만의 옷 만드는 일 재밌어요”샌드라 김

2009-03-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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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트체스터 돕스 페이 하이스쿨 12학년

남녀의 성향을 태생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는 것을 페미니스트들은 일종의 성차별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분명히 여자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남자아이들보다 옷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부모들이 일부러 강요하지 않더라도 인형에 옷을 입히는 놀이나 종이를 잘라 옷을 만드는 데 열중하는 여자아이들이 분명 또래의 남아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뉴욕 스콜라스틱 아트 어워드(NYC Scholastic Art Awards) 수상자로 4월 7일 브루클린에서 시상식을 갖는 웨스트체스터 돕스 페리 하이스쿨(Dobbs Ferry. 교장 이기동) 12학년 샌드라 김양도 어린 시절 옷 놀이에 열중했다. 다만 좀 더 유별나게 집중하고 나이가 들어서까지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옷을 그리고 자르는 것 외에 그림 자체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스케치북은 나에게 핸드백과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림은 김양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떼어 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어디를 가든 스케치북과 연필을 갖고 다니며 무엇이든 눈에 띄는 것들을 그리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 내 눈에 뜨이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것 이상으로 재밌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그리는 것에 지루함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16세 생일선물로 부모에게 재봉틀을 요구하는 여학생도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선물을 받아낸 김양은 매일같이 패턴을 만들고 재료를 잘라서 자신의 옷을 해 입고 다니기도 했다. 이번에 어워드를 받은 김양의 작품도 청소년다운 발랄함과 상상력이 돋보이면서 동시에 전위패션을 연상케 할 정도의 세련된 파격도 엿보이는 드레스. 옷 만드는 일이 즐겁고 재밌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옷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정식으로 스튜디오 아트와 디자인을 수업 받으면서도 김양의 ‘예술관’은 변치 않았다. “나의 감각과 감정을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 뿐 결국 재밌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 이었다”고 김양은 말한다.

뉴욕의 양대 패션 명문 기관인 FIT와 파슨스 디자인 스쿨 예비학교에서 교육받으면서, 그리고 뉴저지 쿠퍼 아트 스쿨에서 하루 7시간 일주일에 4일이라는 집중 수업을 받으면서 김양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의상디자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했다. 단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거웠던 어린 소녀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패셔 디자이너’라는 구체적인 목표와 꿈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웨스트체스터에서 오랫동안 갈비하우스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 김성권, 샌디 김씨는 “ 아주 잠깐 변호사를 희망하기도 했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샌드라는 자신의 목표를 확실히 정했고 부모로서 반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양은 파슨스 디자인 스쿨로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 이미 학교측이 입학을 간절히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학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고 김양은 이미 공부할 분야까지 결정해놓은 상태다. 김양은 “ 디자인 아이디어와 스킬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다”며 “쥬얼리 디자인, 프린트 메이킹, 사진 등 패션의 모든 부분과 연관된 공부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양은 플러싱에서 태어나 웨스트체스터에서 계속 자랐다. 김양의 작품이 전시되는 스콜라스틱 아트 어워드 전시회는 4월 3일부터 26일까지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열리며 오프닝 리셉션과 시상식은 7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다. <박원영 기자>HSPAC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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