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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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참 교육

2009-03-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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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 유스&패밀리포커스 대표

많은 부모님들이 열성을 가지고 자녀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모습들이 참 바람직하고 좋은 것 같다. 그런데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그런 열정과 관심이 대단한데 반해 실질적으로 자녀들에게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주기 위한 바른 태도와 지식이 부족한 것을 볼 때가 많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지원하는 모든 교육적 가치가 바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덕승재의 원칙위에서 이루어 질 때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말을 전혜성 박사가 더 유명하게 만든 이 말은 바로 재주가 덕을 앞지르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을 좀더 풀어보면 아무리 똑똑하고 잘났어도 인격의 그릇이 그것을 담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넘치는 생수가 콸콸거리고 쏟는 곳에 손바닥만한 용기를 들이대야 소용이 되서 쓸만한 양은 결국 손바닥 만큼인 것이다. 그러나 넓직하고 깊은 용기로 받을 수 있다면 충분한 양을 얻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 재능, 능력 이 모든 것을 충분히 활용하고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격이라는 용기의 넓이와 깊이 만큼인 것이다.


세상이 컴퓨터화 되고 이웃과 이웃의 담벼락이 높아갈수록 더욱더 그리워지고 갈급해짐으로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인격이다. 아마 우리 모두는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와 상관없지만 길을 스쳐 지나가면서 만난 악의 하나 없는 순한 웃음 한 조각, 전혀 그래 보이지 않은 우락 스레 생긴 외국인이 한국 할머니가 길을 건너는 것을 보살펴주는 장면을 목격하는 등.. 문득 기대치 않았던 다른 사람의 작은 배려나 따스한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할 정도로 인간미를 느끼고 나가서는 산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까지 느끼게 했던 경우들… 나한테만 있었던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작은 일에 내 가슴전체가 휘청하고 감격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며 얼마나 우리가 이러한 따스한 작은 일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나하고 말이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풍성한 인격을 담고 있는 똑똑한 사람이지 똑똑한데 인격이 부족해서 그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짓밟고 약탈하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어렵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럴 바에야 무지해도 가슴 따스한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고 아파하지 않게 하는 것일 것이다.
미국 금융계의 사건으로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단편적인 모습이다. 자신의 주머니들을 착복하기 위해 자신들의 기술과 능력을 남용해 많은 서민들이 한숨과 탄식 속에 살게 만든 것이다. 우리 부모님들께 간절히 바래본다. 우리 자녀들의 봉사시간 100시간을 채워야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전화보다 우리 아이가 사회의 어려움 속에 처해있는 이들을 섬겨보고 배움을 입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진실한 바람이 자라났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고 싶다.

봉사시간 100시간, 200시간이 아니라 1,000시간이라도 아이의 인격과 가치관에 영향력을 주지 못하는 그 봉사는 큰 의미가 없다.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모든 대학 당국들도 시간을 채우는 것에 관계없이 그 봉사를 통해 무엇을 보았고 무었을 깨달았고 그래서 그 아이의 삶에 어떠한 가치관을 만드는데 기여했나를 본다는 것이다. 미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다 비슷비슷한 일들을 했는데 어떻게 학교 당국이 그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양적인 일이 아니라 질적인 봉사를 통해 가치 있는 인생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한 인격의 성숙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학교에서 받게 되는 좋은 교육이 사회에 나가 바른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하기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시간 때우기 위한 봉사를 가르치는 부모에게 자녀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세상이 보여주는 잘못된 가르침의 또 다른 면일 것이다. 자녀는 부모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가장 무서운 상대인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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