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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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교육의 시작점, 가정

2009-03-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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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연설을 통해 자신의 비전과 계획을 밝혔다. 이날 대통령이 경제위기에 고통당하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제시한 세가지 중대과제 중 하나는 당연 ‘교육’에 관한 내용이었다.

위기에 봉착한 국가의 미래를 다시 재건하기 위해서는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부흥안’을 통해 조기교육에서부터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교육개혁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모든 교육정책은 자녀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일뿐 궁극적인 성패는 가정과 부모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한 아버지로서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어떠한 프로그램과 정책도 가정내에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 한국인들만큼 자녀들의 교육과 성공에 열성을 가진 민족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허리가 휠 정도의 어마어마한 돈을 자녀들의 학업성취와 특기교육을 위해서 투자한다. 부모들은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과 고생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어디에 살든지 매한가지이다. 미국에 살면서 바꿀 수 없는 점 두 가지를 뽑으라면 당연 ‘음식’과 ‘교육열’이 아닐까 한다. 이미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류 언론에서도 한인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의와 노력을 여러번 보도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이런 교육열 덕분인지 한인 자녀들은 학교에서 학업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그렇게 자녀교육에 열성을 보이는 한인 부모들이 가장 자녀교육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직장과 사업에 바쁜 나머지 자녀들의 교육을 학교나 학원의 손에 맡겨 둔다. 주중에 우리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교실과 교실을 옮겨 다닌다. 머리 속에는 수학공식과 영어단어가 가득 차 있다. 악기 몇 개쯤은 손쉽게 다루기도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교회나 사찰에서 한나절을 보낸 후 한인타운에 위치한 식당에서 외식을 하고 돌아온다. 부모나 아이들이나 숨까쁜 한 주를 그렇게 보낸다.

열심히 산 것 같지만 좀 허전하다. 자녀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 같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심리적인 반응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법 하다. 즉, 자녀들의 교육에 부모의 역할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자녀들 위해서 살아가지만, 정작 자녀들의 삶속에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회연설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부모의 역할을 “ 학부모-교사회의에 참석하고, 숙제를 도와주고, 텔레비전과 비디오 게임을 치우고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것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말이다. 결국, 자녀들의 교육에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 연설내용을 들으면서 그동안 자녀-부모문제로 내담한 수많은 한인 부모님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모두들 자녀교육에 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녀들의 삶속에서 멀찌감치 물러서 있지는 않았을까. 혹은 어떤 것이 자녀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고, 무엇이 자녀를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지, 혹은 과연 무엇을 성공이라 정의할 수 있는지 혼동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바램이 있다면, 우리들이 다시 자녀교육의 원점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자녀교육의 중요한 원리와 방법을 깨닫고 가정에 조그만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그 시작은 가정을 통해서이고, 지금 이 순간부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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