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향 자랑하는 피노 누아
볼 부분 넓은 부르고뉴 잔 선택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생활하는 비즈니스맨에게 있어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알고 수행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그래야만 다양한 사람들과 원만하게 일을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제는 그릇의 의미가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은 큰 그릇이라고 무조건 선호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큰 그릇과 작은 그릇은 각기 자신에게 주어진 분명히 다른 역할이 있고, 그 다양성으로 인해 공존의 길이 열리는 게 아닐까. 와인글라스 역시 큰 잔과 작은 잔이 있지만 이것들은 어느 것도 좋고 나쁘다는 단선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다른 술을 마실 때와 달리 와인을 마실 때 사용하는 잔은 독특한 모양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단순한 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와인글라스는 립(lip), 볼(ball), 스템(steam) 그리고 베이스(base)로 나누어진다. 볼은 아래쪽이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져야 와인의 향을 잘 모아준다. 또 와인의 다리는 가늘고 길어야만 손으로부터 볼로 열이 전달되는 것을 방지해 주고, 수려한 미적 기능도 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와인 잔을 들 때, 볼을 잡는 것은 와인글라스의 용도를 무색케 하는 행동이다. 또한 와인글라스는 색이나 무늬 장식이 없어야 와인의 색과 투명한 정도를 잘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러 모양으로 커팅된 잔은 피하도록 하자. 한 잔의 와인을 시음할 때, 색이 주는 많은 정보뿐만 아니라 그 보는 즐거움을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와인을 마실 때 글라스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와인은 어떤 글라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달라진다. 우리가 이미 알다시피, 혀의 앞쪽은 단맛을 느끼고, 양옆은 신맛을 그리고 끝 쪽은 쓴맛을 느낀다. 이렇게 맛을 느끼는 부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와인이 혀의 어느 위치에 먼저 떨어지느냐에 따라 와인 맛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와인글라스는 그 품종과 종류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구분된다. 레드 와인용 글라스는 크게 보르도 스타일과 부르고뉴 스타일로 나누어진다. 보르도 스타일은 볼이 크고 깊으며 입구가 넓은 와인 잔이다. 이 잔은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편하게 마시기에 적합하다. 대부분의 신대륙 와인 역시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이기 때문에 보르도 타입의 잔을 가지고 있다면 다양한 스타일의 레드 와인도 무난하게 마실 수 있다.
반면 부르고뉴 스타일은 잔의 볼 부분이 더 넓기 때문에 화려한 향을 자랑하는 부르고뉴 레드 와인이나 신대륙의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마시기에 적합하다. 넓은 볼은 마실 때 더 많은 향을 들이마실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화이트 와인용 글라스는 잔 밑 부분은 둥글면서 입구는 끝 부분까지 쭉 뻗은 모양을 갖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글라스는 와인을 혀 앞쪽으로 떨어지게 하여 화이트 와인의 산도가 너무 튀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 잔은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끼안띠나 보졸레 누보와 같은 가벼운 레드 와인을 마실 때 사용해도 좋다.
샴페인을 위한 삼페인 글라스도 있는데, 이것은 샴페인의 풍부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거품을 맘껏 감상할 수 있도록 폭이 좁고 긴 플루트 모양의 잔이다.
이른바 큰 그릇이 좋으냐, 작은 그릇이 더 좋으냐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 대신, 각자 나름대로의 기능이 있다는 앞선 생각으로 명품이 된 와인글라스가 있다. 바로 리델 글라스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에 20세기 명품으로 선정, 영구보존 중인 리델사의 소믈리에 시리즈는 지난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만찬식장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용한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