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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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기다려 줄 수 없는 아이들

2009-03-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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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 유스&패밀리포커스 대표

엄마와 딸이 함께 오는 케이스가 오늘 4번 있었다. 2명의 17살과 16살, 15살의 예쁜 아이들. 그 중 15살 한 아이의 경우가 내 마음을 참으로 아프게 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내게 해주지 못한 많은 것들 때문에 난너무나 마음이 아픈데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하며 너무도 서럽게 울며 이야기를 하는 그 소녀는 약 1시간 반을 그렇게 울며 이야기를 했다.

마음이 섬세하고 여린 착한 마음을 가진 이 예쁜 소녀는 초등학교 시절 엄마, 아빠 관계의 어려움과 아픈 상황 속에서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의 사랑이 담긴 예쁜 쪽지가 담긴 도시락을 받고 싶었지만 자신은 늘 학교에서 주는 도시락만 먹어야했다. 그 도시락으로 고픈 배를 채우지만 허기지고 빈 마음은 채워지질 않았다. 자신과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알지만 그러나 늘 마음의 허기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을 지나 중학교 사춘기에 들어와 그 마음을 친구들로부터 채우려고 했다. 왠지 부모가 이혼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아픔이나 고통이 있는 그 아이들과 함께 하면 그 마음이 채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자신이 가지고 있는 동질의 허기진 마음을 그들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자신이 무언가로 채워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마는 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에게 이 소녀는 엄청난 부당함을 느꼈다. 엄마가 해주지 못한 것을 친구들에게서 채워가고 있는데 그것마저 박탈하려고 하는 엄마에게 이제껏 참아왔던 모든 슬픔과 아픔이 봇물이 되어 그런 엄마가 원망스러워 이제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졌고 그래서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또 다른 한 아이는 어려서부터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아빠가 픽업을 해서 가게 뒷쪽에 있는 방에서 숙제를 하게하고 거기서 지내게 했다. 어두컴컴한 가게 뒤 골방에서 그렇게 초등학교까지 지내야했고 중학교 초기때까지 그렇게 지내면서 성격적으로 문제를 드러내는 아이가 되어져 부모는 어떻게 아이를 다루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시면서 찾아오셨다.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시키는 데에는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작은 행동 하나로 아이의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사랑의 표현들, 그리고 밝은 곳에서 아이들과 뛰놀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어울림들.그러한 시간들을 놓치면 거기에는 슬프고 아픈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스앤패밀리 포커스의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하는 이러한 많은 부모님들이 계시다. 기다려 줄 수 없는 아이들에게 그 시간을 놓쳐버려 힘들어하는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말이다.

이러한 경우들을 접할 때마다 부모들과 아이들 양쪽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기다려 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안다면 그 아이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와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 삶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용기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우선순위를 두기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 때문에 삶이 조금은 불편해 지는 것도 감수해야한다. 그것이 경제적일수도, 정신적일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것들은 다시 언제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는 것들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채우는 것들은 다시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어릴 때 순간순간의 기억들은 그들의 마음에 평생의 행복한 기억으로 인해 삶을 밝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씨앗들이 되기도 하거나, 평생에 분노나 아픔을 만들어내는 상처로 남을 수 있는 것이며 그것에 대한 대가는 부모나 자녀가 함께 짊어지고 가는 짐이 되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민의 생활이 만만하지 않다 특히 이렇게 경제가 어렵고 뒤숭숭할 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물질은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절대적 요소가 아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과 정신으로 자라주어 자신을 행복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성인으로 자라나 주는 것, 이것 이상 우리의 삶에 보람과 행복으로 돌아오는 것이 있을까? 이것이상 우리가 세상에서 남기고 갈 소중한 자산이 더 있을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오늘도 기다려 줄 수 없는 우리의 자녀들의 마음을 놓치며 사는 큰 실수를 범치 말고 살아가는 부모님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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