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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우리 아이가 혹시 사이코패스

2009-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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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범행으로 밝혀졌다. 이후 언론들은 앞다투어 사이코패스에 대한 분석기사를 실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검사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자녀를 가진 부모들 중에는 혹시 내 아이가 사이코패스가 아닌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일까? 우리 아이가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가? 전문가들은 한 인간의 개인적, 유전적 인자에 초점을 맞추어 사이코패스의 원인을 설명하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 뇌의 한 부분인 전두엽의 이상이나 자율신경계 이상, 급하고 인내심이 없는 기질 등이 사이코패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의 원인을 개인적, 유전적 요소에만 국한하여 이해해서는 안 된다. 분명히 개인적, 유전적 요인이 사이코패스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원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신경학적 결함이나 기질적 특색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반면, 개인적, 유전적 위험 인자를 갖고 있지 않는 사람도 얼마든지 사이코패스로 전락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적, 유전적 요인이 사이코패스를 만들어 내는 데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해 주고 있다. 또한 개인적, 유전적 요인 이외에 가정환경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한 개인의 심리적 특성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이코패스형 연쇄 살인범 유영철의 경우도 이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유영철은 간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전두엽이나 자율신경계에 어떤 이상이 있었을 수도 있다. 기질적으로 부산하거나 흥분 자극 반응에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간다든지 자신의 내적 자아(Ego)와 현실적 자아(Self)를 동일시하는 자아동일성
(Ego-Syntonic)의 기질을 타고났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가난한 가정형편, 부모로부터의 애정 결핍, 아버지의 알콜 중독과 가정 폭력, 아동 학대와 방임, 고등학교 입시의 실패와 실패자를 낙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조용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한 소년이 당대의 최고 살인마로 전락한 것은 분명 유영철의 개인적 결함이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 상호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동일한 유영철이 강남의 부유층의 자녀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따듯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났다면, 그래서
서울의 유수 예고에 합격하여 미대를 졸업하고 미술 선생님이 되었다면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었다.

부모로부터의 학대나 무관심이 아니라 사랑과 수용적 양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긍정적 자아감과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고, 원하던 고등학교와 미대에 다니면서 예술가를 꿈꾸며 향후 미술교사로서 모교에 돌아가 교편을 잡을 꿈속에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을 키워나갔을 것이다. 물론, 간혹 개인적 결함 때문에 이기적이라는 평가와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단점과 결함을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환경에 유연히 적응하는 항상성(Homeostasis)을 키우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건강한 인격과 심리구조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혹시 내 아이가 사이코패스가 아닌지 의심하는 부모들의 질문은 좀 섣불러 보인다. 한 아이의 인격은 아닌 완전하게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를 인격 장애자로 분류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혹 한 아이가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개인적, 유전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좋은 가정 환경에서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간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인격의 소유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한 인간의 삶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가정환경이라는 데에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녀가 건강한 인격의 소유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은 우선 부모들의 몫이라는 점
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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