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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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놀라게 한 태국여행

2009-02-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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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모처럼 만에 겨울 휴가를 태국에서 보냈다. 현지에서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변화는 곳곳에 한글로 된 식당이나 업소들의 간판이었다. 이제 한국과 태국 간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와 부산에서도 직항 항공서비스가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이곳을 찾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처음 3일간을 방콕과 이웃한 파타야 비치에서 거의 매일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우리 일행을 제외한 다른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에 불어 닥친 불경기의 영향과 최근에 있었던 국제공항을 닫을 만큼 심각했던 반정부 데모사태 때문에 이처럼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끊어진 때문이다. 과격 데모라면 한국인 전용인 것으로 알았는데 태국인들도 한국인 흉내를 내는지도 모를 일이다. 놀라운 것은 관광객을 접하는 대부분의 태국인들이 영어는 통하지 않아도 한국 말은 거의가 몇 마디를 통할 수 있었고 상품거래도 한국 화폐로 직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이번 휴가의 목적지는 옛날 영화로 유명해진 ‘콰이강의 다리’가 있는 칸차나부리라는 곳에 위치한 골프 리조트였다. 한국인이 전세 내어 운영하는 한국인 전용 골프장이다. 제법 높은 고원지대라 날씨 한번 끝내주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름 날씨이어서 시기적으로 아주 적절한 때를 택한 것을 알았다.


첫날부터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250여명의 내방객이 머물고 있는 대형 리조트였는데 숙박시설이나 골프장 할 것 없이 상류급에 속하는 시설에 3식을 포함한 숙박과 골프 그린피를 포함해서 하루에 겨우 60달러라니 믿을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이곳뿐 아니라 태국 내에 한국인이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골프 리조트가 수십 개나 있다니 한국인 골퍼들이 태국으로 몰려가는 것을 이해할 만했다.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전지훈련중인 중고등 학생 선수들도 수십 명이 머물고 있었고 체류중인 사람들 대부분이 은퇴 연령층이었는데 이곳에선 60대가 청년 취급을 받을 정도로 노년층이 대부분이었고 한 층 젊어진 노년층의 활동이 놀라울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음을 볼 수 있었다. 부페식으로 된 식단도 한국 음식 위주이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눈에 띄는 한국인 특유의 코믹한 장면은 햇볕을 막는다고 눈만 내놓은 채 얼굴 전부를 대형 마스크 같은 것으로 가리고 골프를 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여성들이라면 몰라도 은퇴연령의 남자들이 이런 꼴을 하고 골프를 한다니 가관이었다.

이곳의 저렴한 체류비는 차라리 서울의 생활비보다 경제적이라고 하니 은퇴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도 경제위기의 바람이 불어 처음 한 주 동안에는 200명이 넘는 골프객들로 붐비었는데 설날이 코앞이라 그렇기도 했겠지만 둘째 주부터는 현저히 사람들이 줄어들어서 마지막 며칠은 불과 몇십 명만 남았다. 이곳에는 한국의 YTN 방송이 연결되어 있고 한국과는 직통 전화도 가설되어 있다. 이래서 한국 뉴스는 늘 가까이 하고 지나온 터였다. 그러나 뉴스라야 짜증나는 소식 밖에 들리지 않고 날씨조차 매일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간다니 오랜만에 친지들을 만날 꿈을 접고 갈 때와 마찬가지로 오는 길에도 인천에서 비행기만 갈아타고 미국으로 직행하고 말았다.

박중돈
법정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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