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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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향기의 정신분석 에세이

2009-02-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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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가 있다. 철없던 시절의 꿈은 탐정이었지만 대학 졸업 후 교사, 기자를 거쳐 소설가가 되었다. 30대 후반의 어느 날 정신 분석을 받은 이후 집을 팔아 세계여행을 떠난다.


이십 대 중반부터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가를 궁금해 하면서 심리학이나 정신분석 책을 많이 읽었던 탓일까? 정신분석을 받고 난 후의 여행이었던 탓이었을까? 여행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들이 그녀에게는 정신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이국의 풍광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작가 내면에 억압된 무의식의 투사물로 살아난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물로 나온 에세이들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심리분석서가 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모두 여행에서 만나고 겪은 일들이지만, 작가는 그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심리를 해석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한다. 이 책이 바로 소설가 김형경이 쓴 심리에세이 <사람풍경>이다.

책은 일반적인 기행수필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정신분석의 진행방식을 따른다. 감추고 싶은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지금껏 외면해온 억압된 무의식을 인정한 다음 건강한 정신을 갖기까지의 과정이 27편의 에세이에 반영되어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유명한 컬럼니스트인 정혜신은 이 책에 대해서 이렇게 평한다. “오랜 기간 정신분석을 체험한 소설가 김형경의 <사람 풍경>은 목욕을 막 끝낸 사람의 비누냄새처럼 인간의 무의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문학적 향기가 있는 정신분석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나는 그렇게 말하겠다.”

책 속에서 내가 건진 빛나는 한 문장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는다.

“인간 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 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사람풍경. 김형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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