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지인과 새해 인사 겸 통화를 했더니 그는 자기 아들의 취업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의 아들은 명문대를 나온 수제여서 의아해했더니 한국 사회에서 취업은 성적순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인상 탓인지 면접 때마다 낙방을 한다며 아무래도 아들의 인상을 바꾸기 위해 금전적 투자를 해야 할 판이라고 심각하게 말을 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언젠가 친구가 농담처럼 한 말이 떠올랐다. “현대는 이미지 시대다. 얼굴이 재산인 세상이기 때문에 타고난 대로 사는 것보다는 좋은 인상을 위해 인공미를 가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참여가 어렵다”는 말이었다.
사람은 사람을 대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그 사람의 얼굴이기에 30초 안에 첫인상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고 한다. 어딘지 모르게 호감이 가는 인상이 있는가 하면 뚜렷하게 흠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거부감을 일게 하는 인상도 있다. 여자나 남자나 호감을 주는 이를 만나게 되면 말을 붙여보고 싶고, 첫눈에 반해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사랑하고 싶어지게도 한다.
요즈음은 채용과정에서 성격이나 능력, 직업적인 자질보다 첫인상을 86% 고려한다는 통계가 있다. 호감도에 따라 취업이 결정되는 시대로 변천된 것이다.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도 피고인의 인상에 따라 형량이 차이가 난다고 하니 분명 현대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시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상은 각양각색이다. 볕에 그을려 건강한 인상, 모난 데 없이 편안해 보이는 인상, 유들유들해 보이는 인상, 교활해 보이는 듯한 인상, 처음 보는데도 구면처럼 느껴지는 인상 , 냉기가 도는 인상, 독해 보이는 인상 , 비웃는 듯한 인상, 공포감을 주는 인상, 믿음이 가는 인상 등 만인이 각색이다.
과거에는 타고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 수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달라졌다. 살을 붙이고, 뼈를 깎는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인상을 바꿔서 좋은 인상의 후광효과를 누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인상이란 결코 외모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화술이나 몸가짐, 걸음걸이, 목소리, 개성 있는 분위기 그리고 내면의 품위 있는 인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 불황으로 요즘은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없다. 경제가 어려우니 자연 마음에 여유가 없고 마음고생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짜증을 내며 인상을 쓰며 힘든 시절을 지나고 있다. 빙그레 웃는 좋은 인상이 그립다.
비록 전망이 밝지 않고 장기간 경제가 침체되는 고단한 세월이 계속된다 해도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말자.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잘할 수 있어. 잘 될 거야. 감사하자”등 긍정적 사고를 가지며 꿈을 키워 나가는 것이 좋은 이미지로 바꾸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힘든 시절일수록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하겠다. 찌푸린 인상과 어깨를 펴고 밝은 얼굴로 웃는 모습, 당당한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줄 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라는 자각과 함께 고통의 세월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김영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