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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한인업계 (1) 세탁업

2009-02-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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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크 규제’ 불황 직격탄...매출 감소. 폐업 잇달아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필라델피아 한인들이 운영하는 업종 중 세탁업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남부뉴저지와 필라델피아 인근, 그리고 델라웨어에 이르기까지 소위 델라웨어 밸리로 일컬어지는 이 지역의 세탁소는 약 4천5백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한인들이 운영하는 세탁소는 2/3에 이르는 3천여 업소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 되고 있다.한인들이 운영하는 업종 중 세탁업은 이처럼 단연 추종을 불허한다.


1970년대부터 필라델피아 한인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오던 세탁업이 흔들리고 있다.한인들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세탁업의 전성시대는 지났다는 말과 함께 그래도 세탁업만한 사업이 없다는 반론에 이르기까지 그래도 한인이 종사하는 가장 효자업종인 세탁업은 이번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적으로 편차가 있으나 전체적으로 지난 8월 이후 매상이 평균 20% 이상 줄었다는 것이 세탁업계의 중론이다.여기에 필라델피아 시 환경청이 추진하고 있는 퍼크규제는 세탁업 종사자들에게 계속 이 업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실제로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세탁소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한 쇼핑몰에서 8년 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의 경우가 한 예이다.이씨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이 세탁소를 비교적 안전한 몰이라는 것과 주택밀집지역, 그리고 썩 괜찮은 매상을 보고 매입했고 가게를 시작한지 몇 년간은 그래도 좋은 수입을 유지했다.그러나 이씨의 가게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1.99달러 클리너가 오픈했고 매상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손님들에게 차별화 된 서비스로 고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았고 단골고객에게는 특별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마저도 불황 이후 빛을 잃었다.매주 한 번씩 오던 고객들이 이주에 한 번, 3주에 한 번씩 오기 시작했고 한 달이 지나 찾아오는 손님에게서는 여지없이 직장을 잃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이와 함께 매상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결국 가게를 처분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현재는 자신의 주급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그만두고 높은 렌트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세탁소가 많은 것으로 파악 되고 있으며 여기에 필라델피아 환경청이 추진하는 강력한 퍼크 규제안이 통과되게 되면 폐업하는 세탁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웨스트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요즘 같으면 인건비도 안 나와 전전긍긍하는데 퍼크 규제안 통과로 기계 설치를 위한 목돈이 들어간다면 문을 닫는 게 낫죠.”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최모씨만이 아니다.이렇게 한인사회의 버팀목이던 세탁업이 불황과 퍼크 규제라는 두 가지 암초를 만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오랫동안 세탁업에 종사해 왔다는 배모씨는 “어쩌면 이번 기회가 그 동안 과당경쟁을 자초했던 세탁업계가 정리되는 기회일수도 있다”며 “이제는 세탁업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업종에서 전문적인 기술로 대접받는 업종으로 탈바꿈해야하며 또한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들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것에서 고객들을 찾아나서 고개들의 발걸음을 붙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길 세탁협회 회장은 “필라델피아 세탁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퍼크 규제안만은 꼭 막도록 해야한다”며 “전 세탁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 환경청이 마련 중인 지나친 규제안을 막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HSPACE=5
지난 11월 퍼크 규제에 대한 대책회의에서 김영길 회장이 규제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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