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인교사회(회장 김은주)와 뉴욕한인학부모협회(회장 최윤희)를 주축으로 설을 공식 공휴일로 만들기 위한 ‘설날 학교 안가기 운동’<본보 1월17일자 A3면 등>이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뉴욕시 공립학교들이 크고 작은 유대인 명절을 공휴일로 지내고 있듯이 한인학생과 학부모들의 참여가 뒷받침된다면 뉴욕에서도 설 공휴일 제정이 가능하다는 믿음에서다. 미동북부 지역에서 설을 공휴일로 지내는 학군은 뉴저지 테너플라이학군이 현재까지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너플라이학군이 2005년 설을 공휴일로 제정까지의 진행 과정을 살펴 뉴욕의 한인들이 얻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아본다.
■설 공휴일 만드는 밑거름 다진 19년 전통의 테너플라이 한인학부모회
테너플라이한인학부모회(KPA) 줄리 한 회장은 테너플라이 학군이 설을 공휴일로 만들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으로 오랜 기간 한인학부모들과 지역주민과의 원활한 유대관계를 꼽았다.올해로 19년의 역사를 지닌 KPA는 아직도 영어권보다는 한국어권의 1세 출신 학부모들이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늘 학교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열심히 봉사활동을 펼쳤고 여러 타인종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힘써온 것이 주요했다고. 한 회장은 “학부모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학군에서도 한인학부모들의 높은 자녀교육 참여도에늘 박수를 보낸다. 설 공휴일 제정까지 선배 학부모들이 쏟은 수고와 노력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학군에는 4개 초등학교와 중학교 및 고등학교 1개교씩 총 6개 학교가 있다. 3,500여명에 달하는 전체 등록생 가운데 33%가 아시안이고 이중 대부분이 한인학생들이다. KPA는 학군내 6개 학교 한인학부모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학부모회로 학년에 상관없이 학군내 모든 행사에는 서로 발 벗고 나서 함께 돕고 참여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렇다고 단지 한인학생이 많고 학부모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설 공휴일 제정이 손쉽게 얻어진 것만은 아니다. 정작 난관은 지난해 첫 설 잔치를 성대히 치른 뒤 찾아왔다. 한인학부모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시샘한 일부 타인종 학부모들이 교육위원회에 설 공휴일을 취소하자는 안건을 올리려다 무산됐다. KPA가 다민족 융화정책을 내세워 이를 슬기롭게 대처한 결과다.
한 회장은 “설 공휴일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2년간 부재했던 한인 교육위원을 다시 세우는 일에 KPA가 더욱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 공휴일 만든 일등 공신 카니 최 전 교육위원
테너플라이 학군이 설을 공휴일로 제정하기까지 카니 최(사진) 전 교육위원의 역할도 주요했다.
2년 전 교육위원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최 전 교육위원은 6년간 학군내 유일한 한인 교육위원으로 활동했다.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결정적으로 교육위원회에 설 공휴일 제정을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키게 한 주역이기도 하다.
최 전 교육위원은 “교육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에 앞서 약 1년간 집중적으로 로비활동을 펼쳤다. 직·간접적으로 교육위원들은 물론, 학군내 교육 관계자들과 접촉을 갖고 한국의 풍습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안건 투표에서 9명의 교육위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성과를 얻었다.
최 전 교육위원은 “가족 중심의 문화로 조상을 섬기는 설 전통이 인종을 초월해 교육적으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홍보한 점이 성공요인이었다. 또한 결정권을 지닌 자리인 교육위원에 한인이 있었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설 공휴일 제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권 출신임에도 한인들이 바쁜 이민생활 탓에 설 하루조차 가족들과 제대로 함께 지내는 시간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최 전 의원은 뉴욕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설날 공휴일 제정 노력과 관련, “뉴욕이나 뉴저지 대부분의 학군에서 타인종들이 유대인의 풍습을 존중하고 따르듯이 한민족의 전통문화도 타인종에게 존중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한인학부모들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다른 인종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녀가 학교를 결석하면 부모들이 당장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하루 학교를 안가는 일이 자녀들의 정체성 확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군은 2004년 가을 설을 공휴일로 제정하기로 해 2005년 설부터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첫 2년은 설이 주말인 관계로 제대로 공휴일로 지켜지지 못하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주중에 설을 지내게 되면서 학교가 휴교하게 됐다.
■테너플라이 학군장 & 부학군장이 전하는 메시지
뉴욕시와 뉴저지 테너플라이학군을 직접 비교하긴 힘들지만 모든 민족을 통합할 수 있는 문화축제로 만든다면 뉴욕에서도 설 공휴일 제정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26일 테너플라이중학교에서 펼쳐진 ‘설날 큰 잔치’를 지켜본 테너플라이학군의 유진 웨스트레이크(왼쪽) 학군장과 린 트래거 부학군장은 뉴욕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설날 학교 안가기 운동을 주도하는 한인교사와 한인학부모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웨스트레이크 학군장과 트래거 부학군장은 “테너플라이학군의 한인학부모들은 늘 솔선수범하며 모범을 보여 지역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왔다. 1세 출신 이민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주류
사회에 동화하고 융합하려는 노력도 칭찬할만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부 학부모들이 설 공휴일 제정 취소 움직임을 벌이려던 것과 관련해서는 “2004년 결정된 설 공휴일은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며 한인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단, 한인학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정은·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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