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일을 자축하며

2009-01-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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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이 들어가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살면서 넉넉해지는 마음을 배우기 시작하며 숫자 하나 더함에 어느덧 배시시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경험은 곧 지혜란 말을 기억한다. 겪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 진수를 알 수 있을까. 살아가며 주위에 생겨나는 모든 일들에 뜻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어렸을 때엔 그저 감당하고 좇아가면 됐다. 동기가 어떠했던지 간에 순간마다 사건연속인 삶의 현장에선, 그저 앞으로 내 달려야 하는 속도에의 순응 외엔 없었다.

전혀 다른 인격의 사람과의 새로운 결합이 있었고, 그로부터 생명이 태어나 내가 아닌 또 다른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것에 매달리며 사는 동안, 젊었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이젠 이해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은 점차 경험이란 이름으로 쌓여 갔다.


시시비비로 겪는 갈등이 아주 없어졌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적어도 한 차례 걸러낼 만한 여유는 생겨났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까.

지난 주말, 생일이 며칠 상간으로 있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셋이 모여 생일점심을 나눴다. 독특한 개성에 빛나는 우리 세 명은 최소한 일년에 한 번, 생일을 공동 축하하는 만남을 갖는다. 우린 나이 들어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더 자신감을 가지고 좋은 열매를 맺기로 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즐기면서 말이다. 우리의 생일을 자축한다.

김희숙/전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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