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석(16·프랜시스 루이스 고교 11학년)군은 뉴욕 일원에서 한인으로는 불과 몇 명 되지 않는 고교 레슬링 선수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던 옛말처럼 레슬링을 하는 친구 손에 이끌려 9학년 때 처음 레슬링을 접한 뒤 올해로 2년 반째 이어오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운동에 취미가 있어 여러 가지 다른 운동을 접해봤지만 레슬링만큼 내적, 외적인 성장을 가져다 준 운동이 없다고 믿을 만큼 레슬링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처음 레슬링을 시작할 때에는 부모의 반대도 컸다. 흔히 텔레비전에서 보는 프로 레슬러들의 경기만 먼저 머리에 떠올리다보니 쓸데없는 짓 하느라 공부는 뒷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 무조건 말리기부터 했다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프로 레슬러들은 진정한 스포츠 인들이 아닌 엔터테이너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무엇보다 학업을 우선시하겠다는 약속을 부모에게 굳게 한 뒤에야 겨우 승낙을 얻을 수 있었다.
레슬링을 하면서 그가 얻은 삶의 교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른 운동에 비해 아주 힘든 훈련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강건함이 없으면 견뎌낼 수 없는 운동이란다. 시즌이 한창일 때에는 몸무게 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해서 평소 좋아하는 음식까지 멀리해야 하지만 그러한 하나하나의 과정을 겪어가면서 인내와 끈기를 배울 수 있었다.
훈련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결과로 바로 나타나는 운동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물론,장차 사회인으로서 살아감에 있어 성공이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고. 무슨 일이든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따르고, 노력이 없이는 결과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만큼 인생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려준 고마운 존재가 바로 레슬링이란다.
레슬링을 하면서 9학년 때보다는 10학년 때 성적이, 10학년 때보다는 11학년 때 성적이 더 좋아졌을 만큼 학업성취도 향상에도 큰 보탬이 됐다. 때문에 레슬링이야말로 신체적, 정신적, 학구적으로 자신을 ‘전사’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현재 단기 목표는 고교 졸업하기 전까지 뉴욕주 고교 레슬링 챔피언이 되는 일이다. 대학 진학 후에도 레슬링을 계속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대학에서도 레슬링을 하게 된다면 올림픽 대표선수에도 도전해볼 계획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레슬링에 뛰어들자면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은 자신의 삶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아직은 신중하고 싶어 한다.
본격적인 대학 진학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인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대학에서 전공을 염두에 두고 있는 스포츠 교육학 분야다. 더불어 그간 소홀했던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뉴욕에서 출생한 2세로 케네스 김·그레이스 김씨 부부의 2남 중 첫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