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 친숙하고도 낯선 존재

2009-01-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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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엄마를 부탁해>는 파리로 간 조선의 궁녀를 다룬 <리진> 이후 신경숙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 비평’ 문예지에 연재된 작품을 장편으로 고쳐냈다. 작년 겨울 단행본으로 출간된 뒤 베스트셀러 1위가 됐다.

소설의 제목에서 전달되는 뻔하고 식상한 신파 드라마일 것 같은 작품을 감동적인 베스트셀러로 역전시킨 것은 오롯이 작가의 능력인데, 이 작품에서 신경숙은 한국의 과거 모성을 그려냈으나, 진부한 것을 싫어하는 그만의 상상력이 결합돼 또 다른 엄마의 모습을 탄생시켰다.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소녀’였고, 여자였다.


<엄마를 부탁해>는 일흔의 엄마가 서울역에서 실종된 뒤 가족들이 엄마를 찾으며, 과거를 추억하는 이야기다.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사랑을 주기만 하던,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날 실종됨으로써 시작되는 이 소설은 도입부부터 흥미진진하다.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실종된 어머니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추리소설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엄마는 사라짐으로써 가족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된다. 전단지를 붙이고 광고를 내면서 엄마를 찾아 헤매는 가족들, 그리고 엄마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각 장은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독자를 사로잡는다.

엄마의 모든 소망과 꿈을 먹고 자란 큰아들, 친구처럼 의지하며 무람없던 큰딸, 자식 기르는 기쁨을 알게 해준 작은딸, 평생 살림의 책임을 떠안기며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 등 엄마의 부재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아프게 쏟아낸다.

식구들은 각자 자기만의 엄마를 추억하고, 그 속에서 조금씩 낯설지만 진정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해간다. 하나의 사람으로, 한 사람의 여성으로 꿈과 소망을 안고 웃고 울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다른 사랑을 마음으로만 품은 한 사람, 한 여성으로서의 엄마를.

엄마는 끝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과연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을까.

<엄마를 부탁해>는 우리 가슴속에 잠자는 가장 깊은 사랑을 일깨우며 진짜 감동을 전해주는 귀한 소설이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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