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신지애’ 목표로 오늘도 힘찬 샷!
지난 3일 오후 1시 퀸즈 더글라스톤에 위치한 골프레인지. 앳된 얼굴의 여중생이 클럽을 모아 쥔 채 티에 올려진 볼을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내 두 팔을 쭉 펼쳐 힘찬 백스윙. ‘텅’하는 소리와 함께 볼은 어느 새 시원스레 허공을 가르며 멀리 사라져 버린다.
세인트 조셉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채언(세인트 조셉중학교 8년) 양은 겨울 칼바람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벌써 한 시간 째 홀로 티샷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평균 타수 85타,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30야드. 14세 여중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파워와 실력을 갖추고 있는 채언이의 꿈은 ‘미래의 신지애’가 되는 것이다.
채언이를 지도하고 있는 티칭 프로들은 ‘골프에 적합한 체격과 천부적인 볼 감각을 소유하고 있어 앞으로 골프 수업만 잘만 받는다면 LPGA(미 여성 프로골프)를 제패할 또 한명의 태극낭자로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채언이가 골프에 처음 입문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인 5살 때. 아버지를 따라 나간 골프 연습장에서 처음 클럽을 잡은 게 계기가 됐다. 누가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른 뺨치는 폼으로 샷을 날리면서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아버지와 함께 취미 삼아 골프를 치던 채언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본격 수업을 받게 됐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채언이는 골프채를 접었다.
“골프를 하게 되면서 친구들과 다른 생활을 한다는 게 싫기도 했지만 1등이 아니면 부각되지 않는 골프 세계에 뛰어든다는 점이 사실 겁부터 났어요.”그러나 채언이는 아버지 김석현씨의 끈질긴(?) 권유에 지난해 다시 마음을 먹게 됐다. 지난해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온 것이다. 채언이의 아버지 김석현 씨는 “제가 보기에는 골프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거 같더라구요. 주위의 티칭프로들도 제대로 배운다면 훌륭한 프로골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권유도 심했구요. 그래서 공부도 하면서 골프를 배울 수 있는 미국행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채언이를 맡고 있는 제이 나 티칭프로는 어렸을 때부터 단련돼 다른 여느 선수와는 달리 골프에 적합한 체격과 파워, 기술을 골고루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로부터 ‘연습벌레’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라서 장래가 매우 촉망된다며 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경기 진행 능력만 키운다면 충분히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연습이 고단해 때론 힘들 때도 있지만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제 모습을 느낄 때면 저절로 힘이 솟는다는 채언이는 이 다음에 신지애 선수와 같은 세계 정상의 여성 프로 골퍼가 되고 싶다며 장래 희망을 내비쳤다.
채언이는 골프선수가 되는 것 말고도 꿈이 한 가지 더 있다. 미국에 오게 된 또 하나의 이유인 국제변호사가 되는 것으로 현재 학업에도 그 누구보다 열중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가슴에 간직해왔던 장래희망이라는 채언이는 “많은 여성들이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 국제변호사 방면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 여성의 유능함을 세계 만방에 떨치고 싶습니다”며 활짝 웃었다.<김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