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국제학학교는 올 가을학기부터 뉴욕시 최초로 풍물을 정규 음악과목으로 채택했다. 사진 왼쪽은 풍물지도를 맡은 이경희 ESL 교사.
2008년 한 해 동안 한인사회 교육계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어 첫 필수과목 채택, 곳곳에서 한인 총학생회장 탄생 등 쾌거를 이룩한 반면 사립대학의 학비가 5만 달러를 넘어서 예비 대학생 자녀를 둔 한인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일들도 있었다. 올 한 해 한인사회 교육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한국어 첫 필수과목 채택: 한인학생이 전무한 브롱스 해리 트루만 고등학교가 뉴욕시에서는 처음으로 올 가을 한국어를 정규 제2외국어 필수과목으로 채택해 화제를 모았다. 그간 스타이브센트고교를 비롯, 기타 공립학교에도 한국어반을 운영해 왔지만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이어서 수강생들은 한국어 이외 다른 제2외국어를 수강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있었다. 뉴욕시 최초로 한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한 학교가 한인이 다수 재학하는 학교가 아닌 한인이 전무한 학교에서 먼저 탄생한 것이다. 학교는 이에 앞서 1년여간 한국어반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풍물 첫 음악과목 채택: 플러싱에 있는 동서국제학학교(EWSIS)가 뉴욕시 최초로 풍물놀이를 올 가을학기부터 정규 음악과목으로, 태권도를 정규 체육과목으로 개설해 눈길을 끌었다. 학교는 모두 타인종 학생들로 구성돼 있어 한국을 알린다는데 큰 의미를 갖는다.
■한인 총학생회장 줄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학교 총학생회장 자리를 꿰차며 두각을 나타낸 한인 학생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뉴욕 특목고인 스타이브센트 고교에서는 김동영(17·미국명 제임스)군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현재 학생들의 대표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이외 필립 김군과 한지윤(17·미국명 제니)양은 12학년을 대표하는 회장과 부회장에, 한인 폴 리(16)군은 11학년 대표 부회장에 선출돼 총학생회에서 한인학생들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롱아일랜드 딕스힐 소재 해프 핼로우 고교에서도 올해 한인 최초로 김정환(17·미국명 스티브)군이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있고 헌터칼리지부속고교도 김영진(17·미국명 조셉)군이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요셋 고교도 한인으로는 최초로 올해 김산(17)군이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활약 중이다.
■한국의 대학 총장들 뉴욕 방문 러시: 올해는 유독 한국의 대학 총장들의 뉴욕 방문이 줄을 이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건국대학 오명 총장이 뉴욕을 찾은데 이어 같은 달 부산대학 김인세 총장이, 7월에는 서울여자대학 이광자 총장이 차례로 뉴욕을 방문했다. 8월에는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이 뉴욕을 찾아 뉴욕시립대학 리맨 칼리지와 이중학위 프로그램 협정서를 교환했다. 이어 10월에는 중원대학교 홍기형 총장이 뉴욕에서 2009년 3월 개교하는 대학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할 학생 모집 설명회를 열었다. 11월에는 연세대학 서중석 부총장에 이어 12월에는 연세대학 김한중 총장이 뉴욕을 찾아 대학의 글로벌 전략을 홍보하고 돌아갔다.
■미 공립학교 태권도반 개설 확대 움직임: 태권도를 미 공립학교 정규 체육과목으로 채택하기 위한 사업이 뉴욕한국문화원을 주축으로 올 여름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현재 사업은 태권도를 정규 체육교과과정으로 유일하게 제공하고 있는 매사추세츠 지역의 공립학교를 본보기 삼아 추진되고 있고 문화원은 올 여름 매사추세츠 지역 공립학교 교사와 학부모 등 관계자들을 초청, 뉴욕에서 태권도 웍샵을 개최하기도 했다.
■사립대학 등록금 5만 달러 시대 도래: 미 대학 등록금이 올해 5만 달러 벽을 무너뜨렸다.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미 명문 사립대학의 2008~09학년도 연간 학비는 기숙사 비용을 포함, 5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중 펜실베니아대학이 올해 학비 총액 5만1,300달러로 8개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외 뉴욕대학도 5만2,057달러로 역시 5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어반 확장 및 한국어 과목 개설 노력 가속화: 뉴욕시 공립학교에 올 가을 개설된 한국어 학급수가 45개로 늘어났고 수강생도 최대 1,300명까지 늘었다. 2년 전 본보가 집계했던 25개 학급에 640명보다 두 배 가까운 증가다. 또한 한국어 정규과목 채택 추진회를 중심으로 미 정규학교에 한국어반을 정식 개설하기 위한 노력도 가시화됐다. 럿거스대학이 동부지역에서는 최초로 올 가을 한국어 자격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첫 선보였고 내년에는 뉴욕대학과 컬럼비아대학도 관련 프로그램 개설을 앞두고 있다. 또한 SAT-II 한국어 시험 응시자도 올해로 10년새 2배 증가를 기록해 의미를 더했다.
■미 대학들 학비 할인 경쟁: 지난해 말 하버드 대학을 시작으로 이어진 명문대학들의 학비 할인 경쟁은 올 초 두 달 여 사이에 대학마다 중·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학비 지원 정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면서 정점을 이뤘다. 특히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5개 대학이 한꺼번에 학비지원 정책 확대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들은 일정 소득수준 미만인 가정 출신에 학비를 전액 면제해주는 것은 물론, 고소득층 가정도 비율적으로 학비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포괄적인 소득계층을 끌어안는데 안간힘을 썼다.
■디어도어 박 하버드대 학생증 위조사건으로 충격: 본보가 올 1월 단독 보도한 하버드 대학 한인 재학생 디어도어 박군의 학생증 위조사건으로 미주 한인사회가 충격에 빠졌었다. 명문대 진학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자녀들을 교육시켜온 한인 학부모들에게는 다시금 자녀양육 방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8학년 자동진급 정책 폐지: 뉴욕시는 3, 5, 7학년에 이어 올 가을 8학년 진급생부터 자동진급 정책을 폐지했다. 학습부진으로 낙제하면 고교 진학과 중학교 졸업이 불투명해져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커졌다.
■기타: 뉴욕에서는 올해 처음 시내 공립학교에서 한국어를 수강하는 타민족 학생들의 제1회 어린이날 축제가 지난 5월 펼쳐졌다. 또한 뉴욕시 교육청은 올해 처음 일원화한 영재 프로그램 선발 과정에서 행정 미숙으로 큰 혼란을 빚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서브프라임 불똥으로 대학생들의 학비융자 대출이 어려워졌고 극심한 불경기와 금융위기 등으로 중·저소득층 가정의 학비부담도 가중됐고 정부도 예산부족에 시달리며 교육예산을 삭감하면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시위도 잇따랐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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