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난을 이기며 사는 지혜

2008-12-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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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계속 가라
조셉 M. 마셜


책을 읽는 목적은 여러 가지다. 책은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지만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스스로가 치유하려는 노력을 북돋워 주는 힘이기도 하다. 요즘 경제가 힘들고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니 좌절에 휩싸인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럴 때 권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그래도 계속 가라: 원제 Keep Going>이다. 이 책은 아버지를 잃은 한 젊은이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찾는 데서 시작한다. 젊은이는 오랫동안 가슴속에 맺혀 있던 질문을 던진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 할아버지는 평원이 내다보이는 사시나무 그늘 아래로 손자를 이끌고 가서 차분히 말해준다.

저자인 조셉 M. 마셜은 모계가 라코타 인디언으로 인디언의 삶의 지혜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쓴 바 있는 교사이자 역사가이며 민속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인디언의 전통적인 삶과 철학에서 길어 올린 지혜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어느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할 인생의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내놓아 수많은 독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난과 역경이 우리를 주저앉히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가장 약할 때 내딛는 한 걸음이 가장 맹렬한 폭풍보다도 강하며, 그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는 것이다. 인생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다. 삶은 그저 삶일 뿐이다. 우리를 만들어 가는 것은 매 순간 살아가는 동안의 선택이며, 훌륭한 삶을 살아낸 이들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큰 의미를 지닌다. 그것이 고난 속에서도 생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그는 근거도 없는 삶의 행복론을 말하지 않는다. 행복을 바라는 만큼이나 고통과 슬픔이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다소 비극적인 삶의 숙명을 전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는 이 삶의 속성을 통해 위안을 얻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불가항력적인 운명에 대한 체념이나 자포자기가 아니라, ‘담금질’이라는 과정을 통해 삶이 우리에게 더 큰 것을 주려하고 있으며, 고통과 슬픔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이형열(알라딘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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