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범죄 몰고 오는 도박

2008-12-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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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 가정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초긴장 상태이다. 1년 중 연말이 중독행위가 가장 심해지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이면 문제 도박자들은 크리스마스 캐럴로 한해를 감사히 마감하며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보다는 처참한 도박 결과로 인한 자책으로 괴로운 데다가, 동창회나 단체들의 정겨운 망년회들에 소외감을 느끼는 한편 자녀들에게 선물 사줄 돈도 없어서 더 도박을 하게 된다.

2008년에는 도박관련 사건들이 유난히 많았다. 최근 지난 6개월간 라 카냐다 지역에서 15차례나 한인 주택들을 턴 혐의로 LA 인근 커머스 카지노에서 체포된 안씨의 사건도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그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뉴저지에서 친구와 그 가족 3명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최씨 사건이 있었고, 6월에 대학생 친구를 총으로 살해했다가 4개월 만에 붙잡힌 20대 권씨 사건이 있었다. 이들 모두는 체포당시 LA 인근 도박장에서 도박을 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한국에서는 30대 유명 방송인 강씨의 수억대 바카라 인터넷도박과 일부 프로 야구선수들의 억대 인터넷 도박 파문 그리고 몇몇 연예인들의 해외원정 도박으로 시끄러웠다.

도박중독 치유는 1957년부터 시작된 그룹 도박회복모임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참여한 도박중독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20~30%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도박자가 삶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에 처하면 다시 돈을 따는 것만이 생사를 역전시켜줄 수 있다는 막다른 심리로 도박밑천을 구하기 위해 살인까지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회복 중에 있는 도박자들은 부모나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돈을 빼앗아 도박을 하러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말을 한다. 도박에 빠지면 평소 생각지도 못하던 끔찍한 일들을 자행할 수 있는 심정으로 돌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도박관련 살인범들이 20~30대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연령층이 20대로 낮아지고 있고 도박 장소가 기존 카지노에서 인터넷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연령층은 벌어 논 재산이나 일정한 수입원이 없어서 도박 초반부터 불법적인 일이나 범죄에 연루될 수밖에 없다.

한인 중독도박자 수는 성인 인구의 9.3%로 조사되어서, 미국에 한인 도박중독자는 10만 명이나 되는데도 도박 회복모임은 고작 2~3곳에 20여명 내외만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는 도박중독자 300만 명으로 회복모임 30여 곳에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어서, 도박 중독자 1만 명당 1사람 정도만 회복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거시적으로 볼 때 도박 관련 각종 범죄, 자살, 살인 사건들은 도박으로 야기된 증상들이다. 그래서 이들 강력범죄 사건에만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는 것보다는 원인이 되는 도박중독 치유에 더 신경을 써야 가정폭력과 강력범죄 사건이 줄어들 것이다.

합법적 도박장들은 어쩔 수 없어도 불법 도박시설들은 근절되어야하며, 이미 중독된 도박자들의 치유를 위해 더 많은 한인 도박치유 시설들이 지역별로 운영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가 적극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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