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랐어도 한국인이 한국의 역사를 모른다면 부끄러운 일이죠!”
최규현(14·스타이브센트 고교 9학년)군의 역사의식은 5세 때 미국에 이민 온 1.5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투철하다. 어지간한 1세 못지않게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역사논쟁까지도 줄줄이 꿰고 있을 만큼 관심도 높다. 이달 초 아콜라한국문화학교 주최로 열린 제2회 한국역사·문화 퀴즈대회 대상 수상이 결코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역사 지식 또한 풍부하다.
대회를 앞두고 부모의 도움으로 2-3주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한 덕이라며 겸손해했지만 평소에도 역사 공부를 즐겨왔다. 학교에서 미국과 유럽의 역사를 배우지만 한국을 포함, 아시아 역사 학습시간이 너무 부족해 늘 갈증을 느끼던 차에 퀴즈대회는 즐거운 놀이였던 셈.단순히 역사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흐름을 이해하면서 공부했고 어려운 단어는 메모장에 적어 등하굣길 지하철에서 열심히 외우며 대회를 준비했다.
한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름을 외우는 일이 가장 힘들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를 무대로 자기들 멋대로 전쟁을 치르며 한국인들을 고통스럽게 했다는 사실에는 울분을 토했다고. 이에 지난해 장려상 수상에 그친 아쉬움을 올해 마침내 대상 수상으로 말끔히 씻어낸 개인적 성취감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 대회 수상을 계기로 또 다른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국 역사에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는 한국인 및 타민족 친구들과 더불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한국과 아시아 국가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토론하는 클럽을 학교에 만드는 일이다. 특히 영어로 제작된 한국역사책이 태부족한데다 기존의 영어서적에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가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도 역사클럽 결성을 결심하는 배경이 됐다.
중학교 졸업 직후인 올 여름 떠났던 ‘소록도 봉사활동’도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미국 이민 후 처음 찾은 한국에서 거리에 온통 한국인들로 북적대는 모습이 어쩐지 어색했지만 금세 “아! 이곳이 내 조국이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졌단다. 소록도에서는 교회 유리창 수리와 나병환자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일을 맡으며 처음에는 그들
의 삶이 불쌍하고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새벽 3시부터 교회에 나와 봉사자들을 위해 종일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고.
평소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승부욕은 어릴 때부터 익혀 온 체스와 바둑, 장기 실력 덕분이기도 하다. 체스는 뉴욕시 대회 입상 경력을 갖고 있으며 바둑이나 장기는 아버지와 승률을 비길 정도로 막상막하의 실력을 갖고 있다. 8년 넘게 익혀 온 바이얼린 실력도 탁월해 뉴욕리틀오케스트라에서는 창단 멤버이자 2년간 제1
바이얼린 연주자로, 뉴욕시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ISO(Inter School Orchestra)에서는 5단계 중 4단계에서 제2 바이얼린을 맡아 4년간 활동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시작해 이제 막 파란 띠를 딴 태권도도 최근 새로운 도전 분야 중 하나다. 컴퓨터 수리를 취미로 즐길 정도로 컴퓨터 사랑도 유별나 장래 컴퓨터 과학자나 프로그래머를 꿈꾸고 있는 최군은 롱아일랜드한인교회 최경수 전도사와 최창희 사모의 2남1녀 중 첫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