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이 짙어서인지 신문을 펼쳐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소식이 별로 없다.
거의 매일 신문 지면은 경기침체에 짓눌린 지구촌의 신음으로 채워진다. 세밑 모임 자리에서의 화제도 스산하긴 마찬가지다. 장사를 엎어야겠다 ‘아무개가 짤렸다더라 살 맛 나지 않는다 등등 ‘경제 빙하기’의 혹독함을 확인시켜주는 꽁꽁 언 말들이 오간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들려오는 국내외 재력가들의 통 큰 ‘자선 기부’ 소식이 더욱 훈훈하고 위대하게 조차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기부문화가 노블리스 오블리제(가진 자의 책무)를 실천하는 한가지 방법중에 하나다. 기부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워런 버핏이 자신의 재산 85%를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는 것을 보고 세상사람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기부 문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말 바람직한 사회적 흐름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경우 한국 재력가들의 기부는 자신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사회적 물의를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된다. 그것도 사재가 아닌 회사 돈을 기부금으로 내놓으며 면죄부를 받으려든다.
돈있는 사람들의 자선행위를 무조건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도 물론 옳지 않지만 한국 부자들의 기부행태가 여러 면에서 ‘미국 부자’들과 비교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한국의 거부들도 그들의 경제적 위상에 맞는 여유있고 성숙된 부자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기존의 부정적인 부자의 모습을 지우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부자의 모습을 닮아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사회전체의 행복지수를 한단계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
또한 개개인의 경제적 빈부를 떠나 어느 누구든 남을 돕고 배려하는 사회가 된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살맛나는 세상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참된 기부는 경제적 여유가 아닌 마음의 여유에서 나온다.
<김민호 기자> sfmhkim@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