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lver Packages) by Cynthia Rylant
주온경(데이비슨 애비뉴 스쿨 도서미디어 교사/새한국문화학교 디렉터)
매년 크리스마스 철이 되면,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동화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많은 크리스마스 책들 중 독자들에게 온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인상 깊은 동화책이 생각 나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의 배경은 1950년대 웨스트버지니아주 애팔래치아 산맥 기슭에 자리잡은 탄광촌이다. 그곳은 한국 강원도 산골처럼 외지고 외부인의 방문이 드문 곳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아이들이 원하는 장남감을 갖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던 시절,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철이 되면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며 기차길옆으로 나가 1년에 한번 오는 크리스마스 기차를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검은 색의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나타나면, 긴 오버코트를 입은 중년의 신사가 움직이는 기차의 뒤쪽 승무원 칸에 선 채로 은색으로 포장된 선물 상자들을 기차길 옆에 서있는 아이들에게 던져준다.
이윽고 기차는 지나가고, 아이들은 선물을 품에 안은 채 집에 가서 선물상자를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다 놓아두었다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을 풀어보는데… 그 속에는 추운 산간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장갑, 양말, 또는 스카프 등의 선물이 들어있어 요긴하게 쓴다. 그러나 프랭키라는 소년은 올해도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해 실망하는 눈치다. 그 다음 크리스마스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기차는 이곳을 찾아오고… 이번에는 소년이 받은 은색상자에 장난감 경찰차, 그 다음 해에는 트럭, 또 그 다음 해에는 공과 게임 등이 들어있다. 자기가 원하던 선물은 아니었지만, 소년은 그것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곤 했다.
세월이 흘러 소년은 이곳을 떠나 도시로 가서 의대에 진학했고 마침내 어엿한 의사가 되었다. 그의 생활자체가 바뀌었지만, 때때로 그는 어린 시절 산골마을에 살 때 크리스마스 때면 기차를 타고 와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양말, 장갑, 모자 등을 선물로 주었던 신사가 생각나면서, 그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을까 생각한다.이 산골마을에 또 크리스마스 철이 돌아왔다. 지난해와 다름없이 아이들은 기차길옆에 서서 크리스마스 기차를 기다리는데, 드디어 기차가 나타나고, 은빛 상자를 잔뜩 들고 있는 신사의 모
습도 보인다. 추운 날씨에 장갑도 없이 기다리던 한 소녀가 기차에서 신사가 던져주는 선물을 받으러 급히 뛰어가다 이미 땅에 떨어진 선물에 발이 걸려 쓰러지고 만다. 눈물을 글썽이는 소녀에게 손을 내미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의 손에는 의사의 왕진 가방이 들려있다. “내 이름은 프랭키야. 내가 도와줄께. 나는 의사거든” 이라고 말하는 젊은 의사의 얼굴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도 희망어린 웃음이 반짝이는 것으로 이 짧은 이야기는 끝이 난다.
초등학교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은 이번 크리스마스 철에 자녀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속의 중년신사가 왜 크리스마스 때면 이곳을 찾아와 선물을 전해 주고 갔는지, 또 왕진 가방을 든 젊은 의사가 왜 다시 이곳에 왔는지 자녀들과 함께 대화를 나눠보기 바란다.
이 책의 저자인 Cynthia Rylant는 이 책 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60여권의 동화책과 소설들을 집필하여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중 4~8세 아동들을 위한 쉬운 소설로 소년과 개의 우정을 다룬 Henry and Mudge 시리즈, 그리고 돼지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Poppleton 시리즈를 권하고 싶다. 그녀는 1950년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성장하면서 크리스마스 기차에 관한 소문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이제는 타주에 살고 있지만, 어린시절 들었던 크리스마스 기차에 관한 기억을 더듬어 쓴 이 이야기가 1997년 Silver Packages(은빛 선물) 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의 일러스트레이터인 Chris Soenpiet은 빛을 이용한 사실적인 화법으로 이 책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으며, 여러 동화책들의 삽화를 그렸고, 자신이 직접 쓴 책들도 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려서 하와이로 입양온 후 뉴욕으로 와 Pratt Institute에서 미술을 전공한 화가이며, 현재 브룩클린에서 살면서 작품 활동과 함께 학교들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그의 작품세계를 전해주는 등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다.올 크리스마스에는 <은빛선물>이야기에 나오는 중년 신사처럼, 또 자기가 태어나 성장한 산골
마을에 의사가 되어 돌아온 프랭키처럼 자기가 받은 조그만 사랑과 온정을 이웃에 나누어 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