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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칼럼/ “장이와 장인”

2008-12-06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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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산속의 진흙을 가져다가 물, 불, 유약, 바람을 사용하여 그릇을 만드는 사람을 토기장이라 한다. 세상에는 그릇을 하나 만들어도 그냥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만드는 사람이 있고, 후대에 남는 명품 그릇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청자나 백자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전자를 토기장이라 부르고 후자를 장인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똑같은 환경과 조건가운데 살아도 생각과 꿈에 따라 장이도 되고 장인도 된다.

그러면 장이의 단계를 벗어나 장인이 되는 요인이 무엇인가? 첫째, 한 분야에 몰두하는 집념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도자기 명장인 김정옥, 천한봉, 이학천, 서동규, 서광수 임항택 옹의 경우만 보아도 각각 청화백자, 찻그릇, 분청사기, 녹자, 철화백자, 백자 등 자기만의 주
특기가 있다. 그들은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한 가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평생 한 우물만 팠다. 심지어는 7대를 이어오는 장인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경지에 도달할 때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장인이라고 불러 주었다.

두 번째, 오랜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숙해져야 비로소 장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명품이나 명장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을 거치면서 이루어진다. 한번은 파블로 피카소가 파리의 번화가를 지나가고 있는데 어떤 귀부인이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왔다. “피카소 선생님, 시간이 허락 되신다면 이 자리에서 저의 초상화를 한 장 그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대금은 후하게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정중히 말했다.


피카소는 흔쾌히 수락했다. 가방에서 스케치 북과 연필을 꺼내들고 능숙한 솜씨로 잠깐 동안에 여인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부인, 그림 값은 5천 프랑입니다.” 짐짓 놀란 부인은 “선생님이 이 그림을 그리는데 단 5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5천 프랑은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피카소가 이렇게 조용히 말했다. “부인, 나는 이 그림을 그리는데 평생이 걸렸습니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까르티에(Cartier)는 그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까르티에는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번의 시행착오와 실수를 거치면서 오늘날의 세계적 명품의 반열에 올랐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의 원고를 2백번 이상 고쳐 썼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이던
넬슨 만델라는 27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가 나와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그의 나이가 73세 였다. 그 이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대통령이 되었다. 위대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위대한 그릇은 대기만성이다.

셋째, 최고가 되겠다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명장 도공들은 최고의 청자나 백자를 만들기 위해 생명을 건 노력을 경주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잡혀간 도조 이삼평은 백자의 원료인 고령토를 찾는데 20년을 소비했다. 중국의 선덕제는 황실자기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100개의 관요 중 99개를 버리고 1개만 남겼다. 이렇게 만든 중국의 청화백자는 유럽 사람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장이의 삶을 살 것인가, 장인의 삶을 살 것인가는 전적으로 목표에 대한 노력의 문제이다. 아브라함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일 8시간 동안 나무를 벤다면 6시간은 도끼날을 갈 것이다. 그리고 벤자민 메이스는 “사람의 비극은 목표 달성의 실패가 아닌 목표의 부재에 있다.” 라고 말했다. 당신은 한번 밖에 기회가 없는 이 고귀한 삶을 어떻게 살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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