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전 세계 각국에 있는 또래 아동들의 어려운 사정이나 그들의 아픔을 돌아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문보현(13·사진·미국명 샐리나·JHS 67 중학교 8학년)양은 매달 부모에게 받는 용돈의 절반인 15달러를 꼬박꼬박 저축해 선천성 언청이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우연히 ‘스마일 트레인(Smile Train)’이란 기관을 통해 후진국가의 선천성 어린이들이 단돈 250달러의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평생 흉한 얼굴로 살아간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주저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부모의 보살핌으로 크게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보니 가진 것이 넘친다는 미안함에 용돈을 절반으로 줄인다 하더라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용돈 기부도 모자라 얼마 전에는 기금모금 활동까지 펼치며 총 670달러를 별도로 모금, 2명의 선천성 언청이 아동의 수술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다른 이의 어려운 사정을 돌보는 고운 마음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한 기아 어린이를 돕는 BFTW라는 단체에도 회원으로 가입해 북한 아동 돕기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단체에
는 특히 가족들까지 단체로 회원에 가입시켜 함께 한민족 돕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서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지난해와 올해 탄자니아 봉사활동을 다녀온 언니를 따라 내년에는 탄자니아 봉사활동을 함께 떠나 또 다른 외지의 어린이를 돌볼 예정이라고.
태어나면서부터 건강에 이상이 있는 아동들이나 기아에 시달리는 아동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유달리 커서일까? 장래 희망도 어린이의 건강을 돌보는 소아과 의사를 꿈꾸고 있다. 평소 틈만 나면 만화그리기를 워낙 즐겨해 장래 만화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학업에 대한 욕심도 감출 수 없어 만화 그리는 소아과 의사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수한 두뇌를 입증하듯 퀸즈 26학군에서도 명성 높은 영재반 소속으로 전교 석차도 상위 3~4%에 속한다. 수학과 과학과목을 좋아하고 특히 수학은 각종 경시대회를 휩쓸고 있다. 이미
7학년 때 8학년생들을 제치고 AMC 8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는가 하면 8학년 학교 선배들과 출전한 수학경시대회에서도 단체 2등을 차지하는데 기여했다. 대통령상 수상과 주니어 내셔널 영 리더스 컨퍼런스에 학교 대표로 참석한 경력도 갖고 있다. 5세 때인 2000년 미국에 이민 온 1.5세지만 요즘 또래들과 달리 한국대중문화와는 그리 친숙하지 않은 편. 그렇지만 앞으로 한국어만큼은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뉴욕시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지난달 입학시험을 치렀으며 기숙형 사립학교(Boarding School) 진학에도 관심이 많아 별도 준비도 함께 진행 중이다. 입학시험 준비로 학원에 한 번 간 적 없이 부모가 사다 준 관련서적으로 혼자 공부하고도 만점을 받았다고. 노래 실력도 대단해 학교 합창단에서도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 배우기 시작한 첼로를 연주하며
새로운 음악 세계의 매력도 접하고 있다. 학교 뮤지컬에서는 크지 않은 역할을 맡았음에도 연습 한번 빠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몫을 해냈을 만큼 성실함도 인정받고 있다.
아침마다 식구들을 깨우려고 막내딸이 불어대는 휘파람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아버지 문주한 공인회계사(CPA)와 어머니 배영미씨 사이의 2녀 중 차녀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