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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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통한 드니스와의 만남

2008-11-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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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아 LCAT,MT-BC Molloy College 음악치료학 강사)


나의 경험의 대부분은 믿음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믿음, 상담자가 하고 있던 것과 그녀에 대한 믿음… 상담에서 함께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 -Pavlicevic-

Dewish, dewish.. dewish… 하루 종일 끊임없이 콧노래를 부르는 것이 3년 전 내가 드니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그녀는 교실에서 급우들 사이에서 그냥 서 있었다. 그녀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다른 사람들의 인식을 배제한 채 드니스는 급우들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대부분의 시간을 노래 부르고 있었다.


나는 드니스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끌렸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던지 거의 하루종일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노래에는 음조와 멜로디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는 무의미하고 단지 자기 자극을 위한 방법 같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것이 그녀 자신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나에게 그녀는 한 프로그램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의 전이의 결과로 그녀의 삶에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상투적인 말로 표현할 줄 몰랐다.

이것이 처음에 일대일 음악치료에서 내가 그녀를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한 인상이다. 나는 그녀가 표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음악은 그녀와 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나는 음악이 그녀의 자기 인지를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오늘 드니스가 음악치료실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평상시처럼 문가에 서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는 귀마개 한 쪽을 흔들면서 발성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리듬을 모방함으로써 그녀와 어울렸다. 그러나 그녀가 내 존재를 알 수 있도록 그녀보다 약간 더 높은 음조로 따라 했다. 그녀는 낄낄대며 웃었고 노래 속의 내 말뜻을 이해했다는 듯 더 낄낄 웃었다.

내가 피아노로 ‘안녕’ 노래를 연주하자 그녀는 한 동안 그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나는 ‘안녕’ 노래를 부르며 ‘오늘 무엇을 할까’ 절을 반복적으로 불렀다. 그렇게 반복하는 동안에 드니스는 한 단어, ‘볼레르’로 노래 불렀다. 그것은 마치 나의 질문에 ‘볼레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드럼을 치며 ‘볼레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드니스는 내가 드럼을 전음(顫音)으로 연주할 때 특히 더 좋아했다.


드니스는 ‘This Old Man’ 노래의 한 구절을 부르며 시작했다. 나는 이 노래를 즉흥연주함으로써 확장시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니스는 우리가 만드는 노래를 이끌고 있었고 나는 그녀가 하던 것을 쉽게 만들고 있었다. 두세 번 정도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에 드니스는 안정감을 갖기 위해 애를 썼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노래를 이끌고 있다는 것에 약간 떨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그러한 것에 흥미가 있음을 알았다. 상담 동안 우리가 만들려는 어떤 형식 이상으로 그 음악을 즉흥연주하고 있을 때 그녀는 때때로 관찰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둘은 거의 우리만의 개인적인 농담같은, 어떻게 보면 부르고 답하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대화방식으로 구조적인 음악적 활동을 했다. 나는 화음이나 빠르기, 강약에 약간씩 변화를 줌으로써 그녀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녀 또한 이러한 변화에 우리 사이의 일치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같은 방식으로 노래했다. 드니스가 자폐증이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인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그녀에게 중요하다. 더구나 그녀가 자신의 세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드니스는 음악과 그것의 원래 구조와 형식을 독립적으로 그리고 종종 자발적으로 그녀 자신에게 편리한 구조를 제공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사용하여 왔다는 것이 그녀와 3년 반 동안 함께한 나의 관찰 소감이다. 음악적 세계라는 테두리 안에서 드니스는 창조적이고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으며 민감하며 장난스럽기조차 했다. 음악을 제외하면 그녀는 자폐아였고 상호작용하기 힘든 아이였다. 드니스는 언어를 통해서 충분히 설명할 수 없고 그녀의 지식과는 분명히 다른 것을 나와 함께한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음악이 어떻게 드니스와 상호작용 했는지를 목격하게 된 것에 기쁘
게 생각한다.

음악은 이처럼 치유적인 효과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찬양을 통하여 많은 은혜를 받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음악치료사는 단계적인 목적을 세움으로서 의도적 음악활동을 통하여 내담자의 잠재적 능력을 키운다. 음악치료는 발달장애, 학습장애, 자폐증, 우울증, 노인치매 등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효과적인 음악치료를 위해서는 임상경험이 풍부한 음악치료사(MT-BC)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음악을 통하여 많은 분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음악치료사의 소명의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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