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읽기 길라잡이

2008-11-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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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손철주 지음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이미 지면을 빌어 소개했던 이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임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이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설정, 그리고 신윤복이 남장 여자였을 것이라는 설정, 정조가 이 두 화원들을 후원하고 있었다는 설정 등은 모두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겠지만 제법 그럴듯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또 책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당연히 시각적 요소가 강조되는데 두 화원의 그림이 등장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버무려져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로써 나 같은 보통 사람이 그림 또는 그림 감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무슨 책을 골라보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마침 좋은 책이 눈에 띈다. 바로 손철주씨의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이다.


이 책은 1998년 초판 발행 이래, 미술교양서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독자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전문가들로부터 90년대를 대표하는 책 100선으로 꼽혔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한마디는 그림 읽기의 기본공식이 된 지 이미 오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일전에 소개한 ‘조용헌 살롱’처럼 비교적 짤막한 글들이 모여 있어 아무런 부담 없이 재미삼아 읽어나갈 수 있다는 데 큰 미덕이 있다. 짤막한 각 글에는 그림이 한 점 곁들여지고 작가들의 덜 알려진 과거에서 끄집어낸 이야기, 동서양 작가들의 빗나간 욕망과 넘치는 열정, 좀처럼 읽히지 않는 작품에 숨겨진 암호, 흥미진진한 미술시장 뒷담화, 푸근한 우리네 그림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저자에 의하면 그림을 제대로 보고 이해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감상자의 발품과 노력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꼭 체계적 미술사나 심오한 미술원리에 대한 지식을 겸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서 보통 사람들에게 그림과 친해질 수 있는 길을 터준다. 이 책이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미술과 사귀고 싶은 대중의 소박한 눈높이에 맞췄기 때문이 아닐까.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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