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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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상법- 상속계획과 남녀의 심리

2008-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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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당사자들이 모든 구체적인 내용까지 합의가 다 되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당사자들에게 한가지씩 물어보다 보면 서로간에 합의되었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게 된다. 바로 이점 때문에도 계약서를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문서화 하지 않았을 때 이렇게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합의사항이 항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상속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부부간에 유산상속 문제에 관해서 생각이 같은가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부부는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가지씩 물어보다 보면 부부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아들과 딸을 두고 누구에게 더 많은 유산을 줄 것인가를 물어보게 되면, 보통 아버지는 모두 동일하게 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더 많이 주어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들을 선호하고 남녀를 차별하는 것은 뜻밖에 어머니쪽에서 더 많다는 것을 말한다.


본인의 사망시 상대 배우자의 재혼문제에 관해서는 보통 남자는 이 문제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경향이 있고, 여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먼저 죽는다면 남편은 절대로 재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남편의 경우에는 자신이 죽은 후 모든 재산이 아내에게 넘어가고 그 아내가 재혼을 해서 살더라도 자신의 자녀들을 잘 돌 본다고 여기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먼저 죽고 남편이 자녀와 함께 있다가 재혼을 하면 그 여자의 꼬임에 빠져 자녀를 돌보지 않으리라는 불신이 강한 것 같다. 물론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아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아내가 모두 재혼한 경우에는 아무리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일지라도 자기가 데려운 자녀들에 대해서는 상대 배우자를 믿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에는 남녀모두 자신이 죽고나면 상대배우자가 자기의 자녀만 돌보고 자기의 자녀는 돌보지 않으리라는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보통 더 재산에 집착한다는 점은 약간 뜻밖이었다. 아마도 자손을 돌보는 의무감은 어머니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모든 경우에 상속계획에서는 본인들이 걱정하는 바에 대해서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 놓을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유산이 정리되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의뢰인들에게 이 모든 점들을 하나하나 물어보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 이 점이 계약서를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상속계획도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점들도 확실히 하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구경완<변호사>
(213)388-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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