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임상심리치료사)
지난 8월에 개최되었던 베이징 하계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한국의 수영선수 박태환이 400미터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획득한 쾌거를 이루어냈다. 아시안으로서는 좀처럼 도달하기 힘들어 보였던 수영 자유형 종목에서의 우승은 비단 한국인뿐만 아니라 아시안 전체에게도 큰 기쁨과 희망을 안겨준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박태환 선수는 며칠 후 출전한 200미터 자유형 결승전에서 세계의 강호들과 당당히 경쟁하여 수영천재 마이클 펠프스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경기가 끝난 직후 한국의 신문들은 앞을 다투어 인터넷판 헤드라인으로 경기결과를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흥미로운 것은 동일한 경기결과에 대해 첨예하게 다른 제목과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는 것이다. 한국의 한 신문사는 ‘박태환 또 해냈다’라는 제목으로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자유형 200미터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한편 또 다른 신문사는 ‘박태환 아쉽게 은메달’이라는 제목으로 ‘박태환이 아쉽게도 200미터 결승에서 은메달에 그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태환 선수의 은메달 획득 사실을 놓고 두 신문사의 비교되는 논조에 박태환 선수와 코칭 스탭은 물론 이 기사들을 읽었던 일반 독자들은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전자는 자유형 400미터에 이어 200미터에서도 메달을 획득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한 반면, 후자는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아쉬움이나 아직은 박태환 선수가 마이클 펠프스를 능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단어의 문자적 해석만을 놓고 보더라도’또 해냈다’와 ‘그쳤다’ 사이에는 큰 시각차이가 있어 보인다.
자녀 양육문제로 내담하는 부모들을 만나다 보면 이 시각의 차이가 얼마나 자녀에게 긍정 혹은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지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다. 내담하는 사유는 다양하겠지만, 공통적으로 자녀의 행동 혹은 정서상의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자녀에게서 긍정적인 모
습을 발견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고쳐야할 행동과 부정적 정서 상태로 인한 갈등으로 하루하루 전쟁을 치루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모 상담 과정에서 자녀를 위한 ‘칭찬노트’를 만들고 사소한 것이라도 잘하는 행동이 보일 때마다 칭찬해주고 노트에 기록하라고 요청하면, 하나같이 우리 아이에게서는 칭찬할 거리가 하나도 없는데요 혹은 한 주 동안 해보았는데 정말 하기 힘들더군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심리학의 인지행동치료 이론은 칭찬을 통한 바람직한 행동의 강화와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의 소거를 바탕으로 하는 긍정적 강화법의 원리를 강조한다. 이 방법은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그 효과성이 입증되어 온 방법이다. 가끔은 한계설정 소위 ‘혼내고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긍정적 강화와 한계설정의 비율을 5:1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다섯 번은 칭찬하고 상을 주되, 한 번은 혼내라는 것이다. 자녀에게서 칭찬할 거리를 전혀 찾지 못한다는 부모들은 실제로 자녀들에게서 문제가 너무 많아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전혀 못 찾는 경우라기보다는 자신의 부정적 시각에 의한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설사 칭찬받을 행동 보다는 혼내야 할 행동을 많이 하는 자녀라 할지라도 칭찬을 통한 긍정적 양육태도는 궁극적으로 자녀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