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구제금융 대안 없어” 가슴앓이

2008-09-2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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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회에 법안통과 다시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29일 미국 하원이 구제금융 법안을 부결시킨 후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폴슨 장관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

미 정부가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의회에 7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의 승인을 요청한 것은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가 무너져 자금이 돌지 않는 것이다.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부실을 안게 된 회사가 언제 파산할지 모르기 때문에 금융회사들간에 아무도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 신용경색 상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보유한 채권을 시장에 헐값으로 처분해 자금을 융통해보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량채권이건 부실채권이건 상관없이 아예 가격조차 형성되지 않고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대형 금융회사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금까지 `AAA’ 등급 또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채권을 담보로 잡고 국채를 대여하는 형식으로 자금난에 빠진 금융회사들에 유동성을 지원해왔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은 오로지 국채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채와 교환할 우량 채권이 없는 금융회사들은 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재무부나 FRB가 부실채권을 담보로 잡고 국채를 빌려주는 방법은 사후문책이 따른다.)

따라서 이런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고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 바로 진통끝에 의회에 제출된 구제금융법안이다. 그러나 의회가 이를 일단 불허했다.

이렇게 되면 재무부로서도 당장 자금시장에 숨통을 틔울 방법을 찾기 어렵다. 종전처럼 우량채권을 담보로 잡고 국채를 빌려줘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법을 계속 써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금융회사들이 나가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와 FRB는 담보물이 있는 대형 금융사들에 대해서는 인수.합병을 막후 지원하면서 위기를 수습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항구적인 안전장치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채권을 직접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법이 동원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채로 바꿔주는 방법이 아니라 정부가 현찰을 지급하고 직접 채권을 사들이는 조치여서 거래에 참여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즉시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여태까지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데다가 채권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동원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직접 기업이 보유한 채권을 매입하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채권가격이 비틀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의회에 구제금융 법안의 통과를 다시 한번 호소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셈이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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