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 함영욱

2008-09-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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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위주의에 사라진 초심

비영리 한인단체들은 교회와 함께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민 초창기부터 한인사회의 사랑방 노릇을 해온 교회는 물론이고 이민연륜이 쌓이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비영리 단체들 역시 동포사회의 편의와 권익 신장을 위해 적지않은 역할을 담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파행적인 조직운영으로 눈총을 받는 단체들도 없지 않다.

그같은 사례를 접할 때마다 한국 아름다운재단 창립자인 박원순 변호사의 말이 떠오른다.

박 변호사는 한국사회에서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사회봉사자 교육을 할 때 먼저 타인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법부터 가르친다고 한다. 간단한 것이지만 상급자로서 인사를 받기만 하던 사람들은 고개숙인다는 행위조차 껄끄러워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사고 속에 직위에 대한 권위의식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어쩌다 힘있는 자리에 오르더니 사람이 완전히 변했다는 흔한 야유는 사람들이 권위주의에 얼마나 쉽게 중독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윤흥길의 ‘완장’이라는 소설에는 동네 유지가 채워준 관리인 완장 하나에 급속히 ‘권위의 화신’으로 변해가며 갈짓자 행보를 일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따끔씩 동포사회를 시끄럽게 만드는 한인단체들의 문제도 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완장의 힘에 취해 파행을 서슴지 않는 ‘단체장’들에 의해 야기됐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는 EB 한미노인 봉사회 재정부실운용 논란도 규범과 절차를 무시한 윤석호 전 회장의 독단적 조직운영이 부른 결과이다.
부실재정이 사안의 핵심이지만 이사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임의대로 중요한 사안을 처리하는 등 단체를 회장 개인의 소유물 정도로 여긴 것이 파행을 부른 근본 원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자신들의 마음가짐을 되돌아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가장 순수했던 초심을 되찾아 봉사와 사회참여의 의미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인사회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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