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문제를 다룬 최근의 노동법 관련 케이스들은 고용주와 직원 양쪽 모두의 책임과 의무 사항들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가명을 사용하여 요약한 한 케이스이다.
모빌홈 업체의 디자이너인 김씨는 회사의 지시로 여러 바이어를 만나고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하기 위해 프랑스로 출장을 갔다.
프랑스에서 약속된 바이어들을 만나고 다른 회사 관련 일들을 모두 처리한 뒤 김씨는 여행을 일주일 더 연장해서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를 가기로 했다.
이 이탈리아 여행은 원래 회사에서 일정을 잡은 게 아니고 이 여행 중 다른 바이어나 디자인 관계자들과 만나는 것도 아니었다. 김씨는 단지 일단 유럽에 온 이상 일정을 좀 연장해서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파리에서 로마로 가는 도중 김씨는 불행히도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고 상당기간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김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종업원 상해보험을 신청하였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운전을 하는 도중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현지의 모빌홈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였기 때문에 ‘근무’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생각하고 이를 근거로 종업원 상해보험 혜택을 신청하였다.
김씨 회사의 종업원 상해보험 담당 보험사는 그러나 김씨가 프랑스에서의 출장 일정을 이미 완료하였고 그가 이탈리아로 간 것은 그 자신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추가 여행이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당한 부상은 종업원 상해보험의 수혜 자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종업원 상해보험 담당 법정은 1심에서 김씨가 회사를 위해 모빌홈을 디자인하는 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김씨가 이탈리아에서 업무 목적으로 모빌홈들을 관찰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여겨 종업원 상해보험 지급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김씨의 회사가 그에게 이탈리아에서 운전하면서 다니는 동안 현지의 모빌홈의 사진을 찍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기대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1심 결정을 번복했다. 이에 따라 항소법원은 궁극적으로 김씨가 이탈리아에서의 교통사고로 당한 부상은 종업원 상해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많은 한인 비즈니스맨들이 회사 일로 한국에 출장을 나가고 있다. 이때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나 부상을 입었을 경우 그것이 회사를 대표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김씨의 케이스처럼 전혀 업무와 관련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213)388-9891
이종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