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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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미국행 한국유학생들 학원만 전전하다 낭패 십상

2008-08-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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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원 출석률 80% 규정 등 곳곳 암초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뚜렷한 목표도 없이 미국으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왔다가 이중삼중고에 시달리는 한국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왕이면 미국에서 유학 준비를 하는 것이 현지적응과 정보수집 면에서 효과적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또는 한국에서 미 대학(원)으로 직접 유학 오기에는 토플시험 성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이곳의 어학원 문을 먼저 두드리는 한국 학생들이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눈에 띄게 늘어난 실정. 하지만 문제는 어학원에서 일정 기간 수학한 뒤 원하는 대학의 ESL 과정으로 편입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뜻밖의 걸림돌이 많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사례 1: 이모(25·대학 3년 휴학)씨는 청년실업대란으로 철학 전공자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 어학원을 거쳐 미 대학에 편입하겠다는 생각에 유학 온 케이스. 뉴욕 지리가 낯설어 등록초기 지각도 했지만 5분만 늦어도 결석 처리하는 어학원 규정으로 출석률이 미달됐고 편입마저 어려워졌다.

출석률 80% 기준을 채우려고 어학원 등록을 연장해야했고 학비부담만 커졌다. 결국 당초 계획보다 3배나 긴 기간을 어학원에 다닌 뒤 겨우 한 대학의 ESL 과정에 편입할 수 있었다. 이씨는 “지각이나 결석은 내 잘못이지만 현지 어학원을 소개해 준 한국의 유학원과 연결된 금전적인 관계 때문에 이곳의 유학생들이 때로 볼모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례 2: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미국에 유학 왔다는 최모(26)씨. 어학원 수업이 수준에 맞지 않아 방황하며 결석이 잦아지면서 현재 대학 편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해외연수나 유학이 대세인 한국의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니 나도 미국까지 왔다.
‘일단 오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 3: 올 초 대학 졸업 후 그래픽으로 전공을 바꿔 미 대학에 입학하러 유학 온 임모(24)씨. 하지만 토플시험 준비학원은 I-20를 발급하지 않아 어학원과 토플학원을 각각 등록해야 했고 미대 입시에 필요한 포트폴리오 준비를 위해 미술학원까지 총 3개 학원을 오가는 상황이다.
임씨는 “차라리 한국에서 토플공부하며 유학 준비를 하는게 나을 뻔 했다”고 털어놨다.

◎사례 4: 성악 전공자 윤모(29)씨는 미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동생 결혼식으로 한국 방문과 치과 수술 등으로 결석을 하다보니 출석률은 62%까지 떨어졌다. 윤씨는 “병원 진단서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학원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등록비만 챙기려는 수법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어학원을 거쳐야 하는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한 한국 유학생들은 “생각 없이 무작정 건너와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장·단기 계획을 철저히 세워 준비해야 하는데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부분까지 세심히 살피기가 쉽지 않다”며 “한국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준비를 끝낸 뒤 유학 오더라도 늦지 않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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