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마음이 함께 내게
이제 때가 됐다 말하네요
미국축구 중흥기수 클라우디오 레이나
아주 조용한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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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수 1호 유럽클럽 주장
올림픽 2회, 월드컵 4회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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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급조된 오합지졸 취급을 받았던 미국이 출전요청을 거듭 외면하다 선심쓰듯 처음 출전한 축구종주국 잉글랜드를 1대0으로 격파한 것은 월드컵 이변사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단골메뉴다. 미국축구는 곧 잊혀졌다. 1970년대 프로리그를 운영하면서 이미 은퇴한 펠레를 불러내 다시 뛰게 하는 등 축구부흥을 위해 애썼지만 효험은 별로였다. 방송사와 광고주와 관중들의 외면으로 북미축구리그는 단명했다.
1994년 월드컵 개최지로 미국이 선정된 것을 두고 외부인들은 대체로 축구실력과 상관없는 막강국력 덕분으로 여겼다. 그 월드컵에서 미국이 16강에 오른 것은 홈필드 어드밴티지쯤으로 평가절하됐다. 그러나 미국축구는 꾸준히 성장했다. 비록 성적이야 바닥권이었지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8강에 올랐다. 축구대륙 유럽 프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하나둘 늘었다.
이 시기 미국축구 부활의 기수가 클라우디오 레이나다. 그가 16일 은퇴했다. 유럽에서 활약하다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욕 레드불스에 몸담았던 레이나는 이날 뉴욕의 세인트 베네틱트 아카데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수생활 마감을 고했다. 이곳은 그가 청년시절 뛰면서 2차례나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던 곳이자 47연승을 구가했던 곳이다. 다소 이례적으로 시즌 도중 은퇴를 한 것은 나이(20일로 만35세)도 나이지만 허리 무릎 힘줄 등 이곳저곳 부상 때문이다.
이런 처지를 그는 기자회견에서 내 몸과 마음이 함께 내게 이제 때가 됐다 말하네요라고 정리했다. 몸을 추스린 뒤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에는 내게는 브렛 파브 같은 상황일랑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NFL 그린베이 패커스의 수퍼스타 쿼터백 파브가 올해 은퇴를 선언했다 번복한 것을 두고 빗댄 말이다.
독일의 바이에른 레버쿠젠, 잉글랜드의 선더랜드와 맨체스터시티에서 뛰기도 한 그는 1988년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그의 주장을 맡아 미국선수 최초 유럽클럽 주장기록을 세웠다. 은퇴회견에서 그가 밝힌 대로 (미국선수라면) 솔직히 코웃음을 쳐버리던 시절이라 그의 주장발탁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그에겐 이름 대신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레이나와 거의 같은 시기 팀USA 수비수로 활약했던 제프 에이거스는 그(클라우디오 레이나) 이전에도 유럽으로 간 선수들이 있었지만, 클라우디오가 미국선수에 대한 인식을 높여놨다고 말했다. 1989년 스코틀랜드의 명문클럽 글래스고 레인저스로 이적한 레인저스가 12년동안 11차례 리그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부인 다니엘 이건도 미국 대표선수 출신인 레이나는 1994, 1998, 2002, 2006 월드컵과 1992, 1996 올림픽에 출전했다. 팀USA 일원으로 총 112게임에 출전(8골)했으며 2006 월드컵 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앞으로는 뉴욕 레드불스에서 자문역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