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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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사립대 포기 했어요”

2008-07-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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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학생들 대학선택에도 불경기 여파

커뮤니티 칼리지 진학후 4년제 대학 편입 우회도

불경기가 학생들의 대학 진로 선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립대학보다는 공립대학으로, 4년제 대학에 바로 진학하기 보다는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 4년제로 편입하는 길을 택하는 한인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해마다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학비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와중에 최근에는 불경기까지 겹쳐 경제악화가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대학 진로 선택은 학생 스스로가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아직은 부모나 주변인들의 조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크다. 2년 전 첫째 딸을 뉴욕의 한 사립대학에 입학시킨 백기찬씨 부부는 올 가을 대학 입학을 앞둔 둘째 딸에게 뉴욕주립대학(SUNY) 진학을 먼저 권유한 케이스다. 백씨 부부는 “가게 매상도 예전 같지 않아 첫째 딸아이 학비를 대기도 벅찬데 둘째 딸까지 사립대학에 진학하면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어 딸에게 솔직하게 부모의 재정상황을 설명하고 공립대학 진학을 고려해 줄 것을 권했다”고 털어놨다.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는 일도 경쟁이 심해 쉽지 않고 학비융자를 받자니 단위가 너무 커서 부모의 연령이나 자식의 미래를 생각할 때 적잖은 부담이라는 판단으로 아예 공립대학 진학을 선택한 것이다.거리상 기숙사에 살아야 하긴 하지만 기숙사비와 등록금을 모두 합쳐도 둘째 딸의 연간 학비는 1만6,000달러 수준으로 집에서 등교하는 첫째 딸의 3만8,000달러 상당의 연간학비의 절반보다도 낮다.

고교 11학년 때 이민 온 황정원양은 올 가을 뉴욕시립대학(CUNY) 산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한다. 짧은 이민생활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덕에 명문 아이비는 아니라도 어지간한 주립대학에 들어갈 만한 성적은 되지만 무리해서 4년제 대학에 진학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양은 우선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학비도 절약하며 영어도 좀 더 익히고 2년 뒤에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명문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아 이민생활 정착에 어려움이 많은 부모의 가게에서 틈나는 대로 일을 하며 부모 일도 돕고 용돈도 벌며 공부도 하는 ‘온가족 윈윈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학부생은 물론, 대학원 진학생들도 마찬가지.
직장생활을 하다 올 가을 뉴욕시립대학(CUNY) 법과대학원에 입학하는 정주원(32)씨는 “뉴욕 일원에서 명성 높은 브루클린법대, 포담 법대, 세인트존스 법대 등의 진학을 심각히 고려했지만 학비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CUNY 법대 진학을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CUNY 법대의 등록금은 한해 4만 달러 안팎에 달하는 이들 사립법대의 연간 학비에 비교하면 4분의1에도 미치지 않는 저렴한 수준이다.
정씨는 최근 CUNY 법대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크게 높아지는 등 학교 실력도 쑥쑥 커가고 있어 학교 순위나 명성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뉴욕시립대학과 뉴욕주립대학에는 인텔 학생 과학·기술대회 대상 수상자를 비롯, 각종 유명 대회와 유명 장학 프로그램 수상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차세대 인재들의 집합장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매년 입학지원자 증가 기록을 세우면서 저렴한 학비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고등교육의 새로운 대안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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