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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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문화다

2008-06-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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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에 메치니코프가 요구르트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젖산균이 나쁜 세균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요구르트는 이른바 뜨는 식품이 됐다. 세계 장수촌들을 조사해 본 결과 이곳 사람들이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를 입에 달고 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요구르트는 많은 이들에게 장수식품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얼마 전 LA타임스는 좋은 세균을 함유하고 있는 요구르트 시장이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요구르트의 원조 국가는 불가리아. 요구르트는 불가리아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CBS 방송의 시사매거진 ‘60분’을 통해 “프랑스인들은 기름기를 많이 섭취하는데도 불구하고 레드와인을 마시기 때문에 심장병이 적다”는 ‘프렌치 패러독스’가 소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레드와인 열풍이 불었다. 음식 하면 원래부터 프랑스였지만 특히 레드와인은 프랑스 음식문화의 명성을 높인 일등공신이다.

각 민족과 국가마다 이미지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음식을 갖고 있다. 스위스 하면 치즈가 떠오르고 일본 하면 스시가 연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불고기와 갈비를 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통 문화와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김치를 우선적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김치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03년 세계를 휩쓸었던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공포였다. 사스가 중국 대륙을 강타했을 때 이웃나라인 한국에서는 단 1명의 사스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언론들은 이것이 김치의 효능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김치를 저온 숙성시키면 몸에 좋은 유산균이 1mm에 60만개 정도로 급속히 늘어난다. 위염이나 위궤양을 일으키는 나쁜 균들을 억제하는 좋은 미생물이 수천종이나 들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서구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관심은 김치 수출 증가와 한국 식당에서 김치를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데서 확인 된다. 식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한국 식당하면 외국인들이 갈비와 불고기를 먹으러 오는 정도로 여겼지만 지금은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발효 메뉴를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음식의 가지 수를 헤아리자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한국적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식품 하면 역시 발효음식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발효음식의 특성이야말로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이어 ‘제5의 맛’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맛을 발효미라고 보는 음식전문가들이 많다.

올 가을부터 UCLA 교내식당 식단에 한국 음식이 등장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김치를 비롯해 갈비, 비빔밥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대학생들을 찾아간다. 음식은 상품이면서 동시에 문화이다. 음식을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하는 일은 거부감이 적으면서도 각인 효과가 뛰어나다.

UCLA 교내식단을 계기로 한국 음식을 다른 대학 캠퍼스들로도 점차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 문화를 젊은 세대에 소개하는 가장 자연스런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인 학생들의 관심과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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