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인상의 비결

2008-06-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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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는 친구가 직원이 새로 필요하다면서 믿을 만한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부탁을 받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는 건강한 지인을 소개했다.

그런데 며칠 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개할 또 다른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소개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경력은 괜찮은데 그 사람의 인상이 별로 호감이 안 간다는 것이었다. 친구 말이, 얼굴이 잘 생기고 못 생긴 것을 떠나서 전체적인 인상이 온화하며 선한 인상이 좋은데, 그 사람은 눈이 작아 눈매가 매섭고, 냉기가 도는 인상이라고 마치 관상을 보는 사람처럼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많은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데 친근감을 주는 밝은 인상이 좋지 냉소적인 인상은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사람이 힘들고 고단한 생활에 지쳐 웃는데 익숙지 못해 표정이 굳어져 있을 뿐, 사람은 나무랄 데 없이 사려 깊고 경우 밝은 착한 사람임을 설명했다.


세상 사람들은 사람을 대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그 사람의 얼굴이고, 얼굴생김을 보면 3초만에 그 사람의 인상이 결정된다고 한다. 인상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서 사랑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고, 부탁한 일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만나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하고,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게도 된다. 이런 심리작용을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사람들은 잘 생긴 사람을 보면 으레 능력 있고 친절하고 정직하며 머리가 영리할 것이라고 연상한다”는 말로 설명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눈이 작다. 작아서 표정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작은 눈에 대하여 사람들은 매섭다, 음흉하다, 잔인하다 또는 독기가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한국인들이 눈이 작은 것은 우리 조상들이 시베리아에서 빙하기 1만5,000년을 보냈고, 아주 춥고 눈빛에 반사된 자외선이 많은 그 곳에서는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이 실명의 위험을 적게 했기 때문이었다고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가끔 사람들은 침묵하고 있는 내 얼굴을 보면 무슨 슬픈 일이 있느냐 또는 화가 났느냐고들 묻는다. 아니라고 하면 왠지 슬퍼 보인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은 내 작은 눈과 중년에 빠진 치아로 얼굴형이 변모되면서 양끝이 쳐져 내린 내 입모양이 주는 인상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말을 듣는 것이 거북해 되도록 웃는 모습, 미소 짓는 표정을 연습하며 밝고 환한 인상으로 보이려고 나름대로 애를 쓰나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는다.

직장 면접시험 때 인상이 좋아야 합격되는 확률이 높다니 얼굴이 재산인 시대다. 요즈음은 여자나 남자나 미용성형을 통해서 새 얼굴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마를 넓히고, 턱을 깎아 계란형으로 만들고, 광대뼈를 갈아내고, 쌍꺼풀을 만들고, 코도 세운다 해도 여전히 인상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미남 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라 해도 냉소와 공허를 느낄 수 있고 울퉁불퉁 험한 얼굴에서도 따뜻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족상보다 수상이 위에 있고 수상보다 관상, 즉 인상이 위에 있고, 관상보다 심상이 최고라는 말과 통한다.

인간사 복잡해서 얼굴 찌푸릴 일이 하루에도 열두번이다. 특히 요즘처럼 유가가 폭등하는 시절에는 자연히 주변 표정들이 어두워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 그립다. 그러나 좋은 인상은 성형외과 의사나 인상학자가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심성을 바로, 편안하게 갖는 게 인상을 좋게 만드는 비법이 될 것이다.

고운 심성을 가꾸는 마음가짐과 내 자신의 얼굴을 귀히 여기며 어떤 역경에서도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을 때 반듯하고 수려한 좋은 인상으로 보여질 것이다. 좋은 인상, 그것은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이다.

김영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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