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홈런 클럽 가입 신은 내게 많은 은총을 내렸다. 그러나 내겐 그것들을 꿸 능력이 모자랐다.
90년대 말 은퇴한 강타자 호세 캔세코는 이런 넋두리를 고별사로 남겼다. 그의 말대로 그의 타격감각은 탁월했다. 힘도 장사였다. 스타기질은 넘쳐서 탈이었다. 야구로는 성이 안찼는지 영화계에도 들락거렸다. 그러다 마약에도 손을 댔다. 마약은 잠시 그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했지만 궁극에는 몰락의 길이었다. 부상악령은 엇나가는 그를 수시로 괴롭혔다. 그가 몸관리를 잘하고 야구에만 전념했더라면 행크 애런이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홈런기록(755개)은 배리 본즈(762개)보다 먼저 캔세코가 깼을 것이다.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도 몇년 뒤, 캔세코와 달리 성실파여서 처지는 확 다르지만, 캔세코와 비슷한 고별사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는 캔세코 몰락 뒤 애런기록을 뛰어넘을 후보 0순위로 꼽혔다. 슬로모션을 보면 발목 무릎 허리 몸통 어깨 고개 손목, 그리고 방망이가 마치 한 줄로 엮여진 듯 질서있게 돌아가는 그의 스윙폼은 왼손타자의 교과서로 불렸다. 수비능력도 뛰어났다. 사생활까지 깨끗한 그를 시애틀 매리너스 팬들은 열광적으로 사랑했다. 랜디 잔슨-알렉스 로드리게스-에드가 마티네스 등과 함께 매리너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는 몇년 전 시애틀 사람들의 잔류요청을 뿌리치고 2000년 신시내티 레즈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시애틀 사람들은 실망했고 신시내티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그리피 주니어를 기다린 것은 부상악령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쑥쑥 올라갔던 홈런눈금은 레즈 이적 후 달팽이 걸음을 했다. 부상으로 결장이 잦았다. 겨우 몸을 추슬러 출장해도 경기감각이 뒷전이어서 이름값을 못하기 일쑤였다. 레즈로 옮기기 전까지만 해도 행크 애런의 홈런페이스보다 빨랐던 그의 홈런생산력이 뚝 떨어졌다.
그가 천신만고 끝에 개인통산 600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그는 9일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경기 1회 1사3루,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익에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413피트짜리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그는 메이저리그 올타임 홈런리더 6위에 랭크됐다. 바로 앞 새미 소사(텍사스 레인저스)와는 9개 차이다. 이 부문 1위는 본즈(762개) 2위는 애런(755개) 3위는 베이브 루스(714개) 4위는 윌리 메이스(660개)다. 그리피 주니어의 아버지는 현역시절 152개의 홈런을 친 바 있어 그리피 부자의 합작홈런은 752개로 늘어났다.
그리피 주니어는 영광의 600호 홈런기록과 함께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기록도 세웠다. 599호에서 600호까지 가장 긴 오딧세이(559호 뒤 8게임만에 600호)를 거친 것이다. 종전 기록은 메이스의 7게임.
레즈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감독재임 중 600홈런클럽 가입자를 3명째 배출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시절 본즈의 600호 홈런을 지켜봤고, 시카고 컵스 감독시절 소사의 600홈런 고지정복을 함께했다.
한편 9일 경기에서 자이언츠는 워싱턴 내셔널스를 3대2로 이겨 4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승리로 자이언츠는 홈경기에 약하고 원정경기에 강한 면모(16승-16패)를 재확인하며 시즌 29승25패가 됐다. 내셔널스는 25승40패.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