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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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로

2008-06-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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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맡기는 세상(?)

타운의 한 교육학원의 에스크로를 클로징하면서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본국으로부터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 E-2비자 같은 케이스는 더욱 꼼꼼하게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전체 매입 금액은 얼마이고, 투자되는 금액은 얼마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클로징 서류에 명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부 자금을 셀러로부터 융통을 한다면 그 또한 표시가 되고 그 기한과 내용도 첨부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본국에서 오는 많은 분들이 교포사회에 대해 불신하는 풍조가 있어서 애를 먹을 때가 있다.

이곳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도피자’이거나 ‘파렴치한’인 것처럼 매도를 할 때에는 억울하기도 하고 속이 뒤집힐 때가 있기도 하다. 투자를 본국으로부터 하는 경우이거나, 투자이민을 하는 분들이 외국인보다 교포를 더욱 조심하려고 하는 모습은 과히 유쾌하지 못하다.

부동산 에이전트를 통하지 않고 친지를 통해 거래가 성사되어 에스크로를 오픈하였을 때, 사실 오피서로서는 해야 하는 일이 더욱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계약서를 겸해서 에스크로 서류가 작성이 되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문서를 작성해야 하며, 양측에 필요한 서류를 전달하고 연락을 하여야 한다. 중간 브로커가 없다고 하여 에스크로의 비용이 더 증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의 분량은 싫든 좋든 덤으로 따라온다. 모든 오피서들이 같은 마음이겠으나, 자신의 파일에 대한 애착으로 다들 열심히 서류를 챙기고 서명을 받는다.

미국생활을 하면서 구두로 하는 것보다는 문서로, 마음으로 믿기보다는 서명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습관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 이제는 본국에서 오는 분들이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오는 것 같다. 친지들로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 마음이 자신의 문제는 대충 넘어가고 남의 문제는 꼭 짚어 알아보려고 하는 것인가?

학원의 주인이신 P선생은 빚 조사에 나타난 몇 개의 담보권에 대해 질문을 하자 낯빛이 변하며 발끈 화를 내었다.

“모두 갚은 것인데, 그냥 넘어 가시죠!” 그렇다면 담보권 해제나 등기된 서류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나 좀 믿고 하세요!”이었다. 그래도 원칙대로 처리가 되어야 한다고 대답하는 깐깐한 에스크로 오피서의 대답. 사업체 인수와 함께 인계되는 모든 장비의 리스트에 대해 “컴퓨터와 책상만 쓰면 되지요? 의자 같은 것은 뺍니다.”

“이왕 하시는 거, 의자와 집기까지도 상세하게 나열해 주시지오” 바이어와 상의한 후에 다시 연락을 드리면 “제발 좀 믿고 삽시다, 원.”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213)365-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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