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 순대국

2008-05-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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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한 마리 들어앉은 뚝배기
설설 끓고 있다

피비린내 자욱한 손
양념 썩썩 버무려 순대 속 채우고
집착과 탐욕
접착제로 찰싹 붙인 듯한 귀때기와
헛바람 들락날락 했을 구멍
숭숭 허파와
퍼석퍼석 양심 굳은 간과
와글와글 모여앉아 뽀얗게 우려내는
이성의 살점 발라낸 뼈다귀 국물
걸쭉한 욕망이 뚝배기에 부어진다
살아있을 때 그만큼의 거리에서
제 노릇 톡톡히 해냈을 그들
죽어 한 뚝배기 속 서로 부비며 끓어 넘치고 있다

얼큰하고 뜨거운 열기 사이
푹 찔러 넣은 숟가락에 들어앉은
붉게 물든 돼지 한 마리

장태숙
‘문학공간’으로 수필 등단. ‘창조문학’ 시부문 신인상. 창조문학가 상·한국문인 문학상 수상.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시집 ‘내 영혼 머무는 곳에’ 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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