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로병사에 대한 따스한 관찰

2008-05-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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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
박경철 지음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책이다. 한국에서 100만권 가까이 팔린데다, 몇몇 에피소드는 MBC드라마 ‘뉴하트’에서 극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최근에야 읽었다. 남들이 다 읽으니까, 나까지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어떤 좀 유명한 의사의 ‘그렇고 그런 진료관련 얘기겠지’라는 예단이 겹친 탓이다. 호기심이 유독 많은 편인 나에게 호기심이 전혀 들지 않는 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쯤이면 인기가 식을 때도 되었다 싶은데도 그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자 역으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구나 ‘뉴하트’라는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보고 난 후라 도대체 이 책과 드라마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하는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책을 집어 든 순간 밤을 새워 버렸다.

원래 작은 주사 한 방 맞는 것에도 겁을 내고, 칼에 베이거나 피가 흐르는 것에 대해서 일종의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 의사라든가 병원이라든가에 대해서는 가급적 생각하기를 삼가고 애써 이 책을 읽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이라는 곳은 사람의 생로병사가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보니 아프고 병든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그런 중차대한 장소이고 그 속에서는 말로다 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장편 미니시리즈의 에피소드처럼 명멸하는 곳이 아닌가. 하지만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수술실의 피가 튀는 장면들이 슬프고, 아름다운 드라마를 연출해내기도 하고, 그저 피하고만 싶은 인간의 슬픈 운명으로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단순히 의사라는 직업 너머에서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고 따뜻한 눈으로 관찰하는 참된 관찰자이기도 하고,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한 꼭지 한 꼭지 구수한 얘기로 풀어내는 진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울다가 웃다가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울다가 웃다가 하게 된다. 대학병원의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의 고달픈 수련 기간 동안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들고 안동이라는 소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지역주민들의 여러 가지 사연은 우리를 슬프게도 아릿하게도 만든다. 아프고 병든 자들, 혹은 죽어가는 자들까지 서로를 보듬고 아끼며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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